건설업 구조조정 외면하는 관료들

더벨 이승우 기자 2010.05.1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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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5월12일(09:0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인사와 예산, 금융 부처는 정부에서도 요직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런 부처에 너무 오래 있으면 친구가 없어집니다"

한 전직 기획재정부 관료의 말이다. 주변 사람들이 혜택을 받기보다 피해를 입는 쪽이 점차 많아진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금융 파트에서는 금융 위기 시 곪아 터진 쪽을 도려내야할 때 여기 저기 곡소리를 듣게 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책임을 지고 그 작업을 누군가는 계속 해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최근의 건설회사 구조조정 이야기를 꺼냈다. 정부와 업계, 시장 모두 구조조정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액션이 취해지지 않고 있어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그 원인 중 하나로 관료 사회 분위기를 꼽은 것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관료들은 자기 손에 피를 안 묻히고 싶어한다"는 것. 국가 경제의 건전성을 위해서라도 건설회사 정리가 필요한데 어느 누구도 이 작업을 하려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또 하나, 고위관료의 임기가 너무 짧아 재임 기간 동안 누구에게 상처내는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본질이 아닌 대증요법적인 처방만이 결과물로 나온다는 것.


일례로 프라이머리 부채담보부증권(P-CBO)이 지목됐다. 자금 조달이 어려운 건설사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인데 건설회사 구조 조정이라는 목표와는 거리가 먼 형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지원 대상 기업 선정 기준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그 관료는 "자력 회생이 어려운 기업은 이번 기회에 정리가 되는 게 맞지 정부 지원으로 다시 살리려는 건 타이밍상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 내용이 좋지만 시장 상황이 나빠 금융권에 적극적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회사에 정부 보증을 끼워 시장 신뢰를 만들어 가는 게 우선이라는 것.



"될 만한 회사에 지원을 해서 시장 신뢰를 쌓아가는 게 맞지, 되지도 않을 회사에 정부 돈을 털어넣는 건 다시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정책 목표가 정확히 서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승 한국은행 전 총재가 재임 시절 금리를 연이어 올리며 기자 간담회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외환위기와 카드 사태 이후 우리나라가 가장 소홀했던 부분이 바로 구조조정이다"



그러면서 "여전히 필요한 작업이며 성공하지 못할 경우 다시 우리 경제는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의 건설 시장은 박 전 총재의 예언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고 있다. 그렇다면 누군가 손에 피를 묻히더라도 나서야 한다. '야전 침대' 꺼내 놓고 정책과 씨름하던 옛적 관료들의 전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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