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회장 '과열마케팅 자제' 헛구호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0.04.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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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가입자 16만명↑, 33개월만에 '최고'..."스마트폰 보조금은 예외" 한달새 변심

"부당한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우리에게 올 자금이 다른 곳으로 가고 있다. 불법행위가 3회 적발되면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이 책임을 느껴야 한다. CEO들이 직을 걸고 해야 시장질서가 잡힌다."
 
이석채 KT (37,250원 ▼450 -1.19%) 회장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주재로 열린 통신사 CEO간담회에서 "과열마케팅을 자제해야 한다"고 발언한 지난 3월, KT의 이동전화 가입자는 15만9000명이나 늘었다. KT의 이동전화 가입자가 한달새 15만명 이상 증가한 것은 2007년 6월 이후 33개월 만이다.
 
2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수는 4897만8126명으로 전월 대비 40만989명 늘었다. 이 가운데 SK텔레콤 가입자는 2482만4527명이고 KT는 1536만7972명, 통합LG텔레콤은 878만5627명을 차지했다. SK텔레콤은 2월보다 19만5754명 늘었고 KT는 15만9694명 증가했다. 반면 통합LG텔레콤은 4만5541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그 결과 KT 점유율은 31.31%에서 31.38%로 높아진 반면 SK텔레콤은 50.7%에서 50.68%로, 통합LG텔레콤은 17.99%에서 17.94%로 떨어졌다.
 
통상 월별 가입자 순증은 시장점유율에 비례한다. 그러나 3월 이동전화시장은 이례적으로 KT 가입자가 급증하는 현상을 보였다. 지난 1월만 해도 KT의 순증가입자는 6만9000명에 그쳤다. 1월에 '아이폰' 가입자가 10만명이나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KT의 가입자는 사실상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3월에 KT가 확보한 가입자수는 1월의 3배 가까이 늘었다.
 
이처럼 3월에 유독 KT 가입자가 늘어난 것은 번호이동 가입자가 그만큼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3월에 KT로 번호이동한 가입자는 30만9000명이다. 이는 3월 한달간 통신사를 바꿔 번호이동한 전체 가입자 84만4000명의 36.7%에 달한다. 같은 시기 SK텔레콤의 번호이동 가입자수는 36만3000명이고 통합LG텔레콤의 번호이동 가입자수는 17만1000명이다.
 
번호이동 가입자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마케팅비용을 많이 지출했음을 의미한다고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KT가 SK텔레콤만큼 순증가입자를 확보한 것은 매우 드문 현상"이라며 "가입자가 이미 포화된 이동전화시장에서 순증가입자를 늘렸다는 것은 그만큼 마케팅비용을 쏟아부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회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이폰'과 유선시장에서 가입자 방어 때문에 KT의 3월 마케팅비용은 다른 통신사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KT가 올들어 마케팅비용이 급증한 것은 '아이폰' 영향도 적지 않다. 올 1분기에 KT의 이동전화 가입자는 35만명 늘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아이폰' 가입자가 무려 30만명을 차지, 사실상 '아이폰'을 위해 마케팅비용을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업계의 가입자 유치비용은 1명당 20만원 내외에 달한다. 스마트폰은 이보다 10만~15만원 더 많다. '아이폰'의 경우 제조사인 애플이 판매사보조금을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KT는 '아이폰'을 판매하기 위해 10만원가량의 마케팅비용을 더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스마트폰 전용요금제인 'i-라이트'에 가입하면 55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되는 반면 일반 보조금은 21만4000원에 불과하다.
 
이석채 회장의 제언을 수용해 방송통신위원회는 현재 통신사의 마케팅 가이드라인을 마련중이다. 방통위는 이동통신 마케팅비 상한선을 서비스매출의 '22%'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이석채 회장은 지난 22일 무역협회 강연에서 "'아이폰'은 보조금이 없다"고 발언했다. 이 회장의 이날 발언을 두고 방통위 관계자는 "KT가 스마트폰보조금은 마케팅비용에서 예외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 통신3사가 가이드라인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 회장의 발언은 KT의 주장과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게 아닌가 한다"고 해석했다.
 
3월초 만해도 "불법행위가 3회 적발되면 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던 이 회장은 한달 뒤인 지난 22일 "회사마다 입장이 다르고 가는 방향이 다르다"는 말로 보조금 규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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