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발을 움직인 정몽구의 뚝심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10.04.1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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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CEO In & Out]일관제철소 준공한 정몽구 회장

천안함 사고 이후 외부 일정을 일체 중지했던 이명박 대통령을 밖으로 끌어낸 사람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었다.

2주 만에 외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이명박 대통령은 8일 현대제철 (24,400원 ▲100 +0.41%) 일관제철소 준공식에서 "많은 해군 장병들이 실종되는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나는 산업의 불꽃은 꺼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다"면서 참석 의미를 부여했다.

현대제철 준공식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내 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녹색성장이 맞물려 있는 중요한 자리다. 제철 공정 중에 사용된 가스를 재활용해 전력 소모량의 80%를 재활용하는 녹색제철소인데다, 이미 10만여명의 고용 효과를 창출했고 또 향후 운영과정에서 8만여명의 직간접적인 고용 창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월8일 열린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준공식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나란히 선 정몽구 회장이 주요 참석인사들과 함께 준공식 버튼을 누른 후 박수를 치고 있다.↑4월8일 열린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준공식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나란히 선 정몽구 회장이 주요 참석인사들과 함께 준공식 버튼을 누른 후 박수를 치고 있다.


누구보다 일관제철소 준공은 정몽구 회장에게 감회가 깊은 일이다. 선대 회장이 못이룬 꿈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일궈낸 것이 첫번째 의미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철강사업을 통해 자동차와 조선으로 이어지는 중공업 라인을 완성하려 했지만 번번이 '철강 과잉공급'이라는 논리에 밀려 손을 놔야만 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던 정 명예회장에게도 생전의 패배로 기록된 분야였다.

바통을 이어받은 정 회장에게도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전히 공급과잉론이 발목을 잡은 데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 숱한 복병이 현대의 철강업 진출을 막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현대는 마치 철강과 인연이 없는 듯 했다.



하지만 정 회장의 뚝심은 운명을 거슬렀다. 과감한 한보철강 인수와 강력한 건설의지로 일관제철소를 탄생시켰다. 정 명예회장이 이루지 못한 꿈을 정 회장이 일궈낸 것이다.

일관제철소 건립으로 현대차그룹이 '산업의 쌀'을 자체생산하게 된 것은 또 하나의 의미로 다가온다.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는 자동차용 고품질 강판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현대하이스코 (57,600원 ▼1,700 -2.9%)의 열연강판 제조와 연결되고, 현대기아차는 이 열연강판을 통해 완성차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그룹의 생산 시스템 완성이다. 이는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토요타도 이루지 못한 신기원이다.


정 회장의 원대한 꿈은 세계 최고의 철강기업 만들기다. 정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당진 일관제철소는 400만톤 규모로 신규 건설한 고로 중에서 국내 최대 용량"이라며 "제2고로가 완공되는 시점에서 현대제철은 연간 2000만톤의 조강능력을 보유한 세계적인 철강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라며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현대기아차를 세계시장에서 우뚝 세운 정 회장의 뚝심이 철강업계에서도 발휘될 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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