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1·2위 마저…" 호남 건설업계 '공포확산'

광주(전남)=장시복 기자 2010.04.0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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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지역의 한 공사 중단 현장 (자료사진)↑전남 지역의 한 공사 중단 현장 (자료사진)


"호남에서 가장 잘나간다던 건설사들이 지금 저렇게 됐는데 다른 업체들 분위기는 오죽하겠습니까."(지역 건설업계 관계자 A씨)

광주·전남 시공순위 1위의 금호산업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한 데 이어 2위 남양건설 마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지역 건설업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이들 건설사는 지역 경제계를 대표하는 '간판급' 업체인데다 자칫 '부도 도미노'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지난해 대주건설을 비롯한 삼능건설·송촌종합건설·한국건설 등의 구조조정 후폭풍이 채 가라앉기 전에 터진 일이어서 이같은 우려는 증폭되고 있다.



◇"A등급 마저"…왜 이렇게 무너지나=우선 지난해 신용평가에서 A등급을 받을 정도로 우량한 편이란 평가를 받았던 남양건설이 무너지자 지역 건설업계는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이 지역 다른 건설사들도 남양건설처럼 주로 주택사업 위주로 포트폴리오가 짜여져 걱정도 크다.

지역 건설사들이 이처럼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된 것은 우선 부동산경기 침체 직전에 무리한 아파트 건설을 강행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부지를 확보한 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아파트를 지었지만 미분양이 늘면서 자금 회수가 어려워 진 것.



대한건설협회 광주시회 관계자는 "호남 건설사들은 주로 주택업체들이 많아 어려움이 더욱 큰 상황"이라며 "통계상으로는 최근 미분양이 다소 줄었다고 하지만 이는 최근 건설사들이 좀체 사업을 나서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더욱이 '4대강(영산강) 살리기사업' 등 공공 수주로 눈을 돌려보려 해도 대형업체들에 밀려 쉽지 않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지역 90개 회원사 중 실적이 없거나 30억원 미만 수주 업체가 전체의 48%(44개사)에 달했다. 반면 전남의 경우 613개 회원업체의 총수주액이 8조6815억원으로 전년보다 6.7% 감소했다.

◇확산되는 부도설… 줄도산 공포=이처럼 지역 건설사들이 신규사업 진출과 수주에 어려움을 겪자 "줄도산이 현실화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현지 업계에선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 3~4곳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일례로 지역 시공순위 상위권에 드는 A건설은 자회사의 경영난 때문에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특히 지역 중견건설사들과 거래해오던 1000여 개의 지역 하도급 업체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한 편이다. 실제 지난 2일 남양건설의 협력업체인 S건설이 최종 부도 처리됐고 앞서 지난달 광주·전남에서 10여개 중소건설사들이 사업을 접었다. 한 지역 경제 인사는 "일각에선 '호남 죽이기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돌아 지역 여론도 뒤숭숭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황이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건설업에 대한 대출 규모를 줄이고 신용위험 평가를 강화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일단 광주상공회의소는 지역 건설업 회생을 위해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한시 감면 등의 대책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과연 이런 조치들이 시행되더라도 얼마나 약발이 들지는 의문"이라며 "건설업체들의 자구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광주시·전남도회도 오는 6일 오후 지역 건설단체장 회의를 열어 남양건설 사태에 따른 대책을 긴급 논의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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