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美·日 버블붕괴 때보다 위험"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정진우 기자 2010.03.23 10:39
글자크기

산은경제연 '국내 주택가격 적정성 분석'… 상반기 이후 가계대출 부실화 가능성도

서울 아파트 가격이 미국과 일본의 주택가격 버블 붕괴 때보다 더 위험한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가계대출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올 상반기 이후 부실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23일 산업은행이 발표한 '국내 주택가격 적정성 분석' 자료에 따르면 물가를 감안한 한국의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 정도가 미국과 일본의 과거 주택 가격 버블 붕괴시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1987년 물가와 주택가격을 각각 100으로 놓았을 때 2009년 서울의 아파트 가격과 물가(전국)는 각각 505.8, 277.9로 '아파트가격-물가'간 격차는 227.9로 조사됐다.

이는 미국의 주택가격 버블 붕괴 당시인 2006년 격차(179.2)나 일본의 주택가격 거품 붕괴 당시인 90년 격차(96.6)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특히 2008년 말 금융위기 후 주요 선진국의 주택가격이 모두 하락한 반면 우리나라의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1분기와 2009년 3분기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주택가격은 2.46%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17.36%)과 영국(-15.27%), 일본(-6.26%)은 모두 감소했다.

소득과 대비한 주택가격도 우리나라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 Price to Income Ratio)의 경우 2008년 기준 서울이 12.64로, 미국의 주요도시인 뉴욕(7.22)이나 샌프란시스코(9.09)보다 높게 나타났다. PIR이 12.64란 것은 연봉을 한 푼도 안 쓰고 12년 이상을 모아야 109㎡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주택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반면 주택구입능력지수(HAI: House Affordability Index)는 최근 하락 추세다. 서울의 HAI는 2009년 3분기 기준 61.7로 5년 전에 비해 약 20%가 감소했다. HAI는 주택담보대출로 아파트를 샀을 경우 월소득으로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낸 것으로 100을 기준으로 숫자가 적을 수록 원리금 상환이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산은경제연구소의 김혜인 전임연구원은 "HAI는 특히 주택가격지수가 하락하기 전에 먼저 하락하는 경향이 있어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주택가격 버블이 붕괴하기 전 13분기 동안 HAI 지수가 33% 하락했다.

주택가격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 가계대출은 현재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우려됐다. 산은경제연구소는 한국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현재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가계부채 비율(가계신용/총가처분소득)이 오르면 2~3분기 후 연체율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올 상반기 이후 가계대출 부실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가계대출 비율은 2000년 말 44.4%에서 2008년 말 66.8%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스위스와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