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비스업 경쟁력? 바가지!

뉴욕=강호병특파원 2010.03.2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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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병의 뉴욕리포트]

뉴욕 특파원 부임 후 정착하는 과정에서 혀를 내두른 것이 미국 서비스 가격이다. 말은 들어왔지만 체감도는 상상이상이다. 미국은 서비스업 비중이 GDP의 80%에 육박할 정도로 서비스로 먹고사는 경제다. 한국에서 미국 서비스업은 한수 배워야 할 대상이다. 연구를 보면 미국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은 한국보다 2.5배 가량 높다.

그러나 미국 와서 경험해보니 그 잘났다는 미국 서비스업 경쟁력의 실체가 바가지 요금 탓 아닌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제조업의 고용창출력이 떨어졌다해서 이제 서비스로 먹고 살자고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스럽기도 하다.



차가 있어야 생활이 되기에 중고 SUV를 1대 사고 차보험에 가입했더니 6개월에 보험료가 1400달러 가량 됐다. 1년이면 2800달러다. 차종, 운전경력, 환율 등 단순비교가 힘든 부분이 있지만 한국에서 몰던 승용차 보험료의 6배수준이다. 그나마 미국 정식 운전면허를 딴뒤 이야기이고 그전 임시로 국제운전면허로 가입했을 땐 연환산 4200달러나 됐다.

병원비도 정말 아프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이 둘이 거주지 학교 입학에 필요한 간단한 진찰과 누락됐던 예방주사를 하나씩 맞고 보니 420달러가 훌쩍 나갔다. 주재원들이 저렴하다는 단체보험으로 4인 가족 의료보험을 들어도 한달 1000달러 수준이라고 한다. 과연 1년에 1400만원어치 이상 아플 일이 매년 생길까.



아이들 여름방학 캠프라도 보낼까 해서 인근 페어레이 디킨슨 대학교에서 보내온 전단을 보니 가격부터 끔찍했다. 4월말까지 등록하면 1인당 2주 630달러, 6주 1900달러가 됐다.

이외도 크건 작건 사람 손이 가는 것은 대부분 비싸다. 혹시 집에 열쇠를 두고 문을 잠그지 않았는지 미리 확인하는 버릇도 생겼다. 락스미스(열쇠수리공)를 비싼값에 불러야될 지 모른다는 공포(?)감 때문이다.

미국 식당에서 밥이라도 먹으면 음식요금에 15%수준의 팁을 추가로 주는 것이 관례다. 15%면 한국의 부가가치세율 보다 높다. 1년 미국 팁만 모아도 GDP의 상당부분이 될 듯 싶다. 뉴저지 주유소에서 직원이 친절하게 팁없이 주유해주길래 웬일인가 했더니 주법에 의해 그렇게 하도록 돼 있단다.


미국 금융위기후 주택시장이 박살나고 실업률이 10%나 되는데 서비스물가는 떨어진 흔적을 찾지 못했다.

좋게 해석하자면 사람 노동은 귀한 것이고 그만한 대가를 줘야한다는 철학의 발로일 수 있다. 이는 좋은 역할을 한다. 서비스 공급을 풍부하게 하고 학벌 등 배경이 없어도 열심히 일만하면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부지런한 한인이 맨몸으로 건너와 성공한 '어메리칸 드림'사례도 이같은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지 모른다.

반대로 보면 소비자를 울리는 일이다. 서비스 가격의 황당함은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도 느끼고 있다. 그는 2월말 공개한 정례주주서한에서 지난해 미국 2위 철도회사 벌링턴 노던 산타페를 인수할 때 골드만삭스에게 수수료로 "마음에 안드는" 3500만달러나 줬다고 불평한 바 있다.

서비스는 제조물품과 다르다. 수입에 의한 가격경쟁이 없거나 약한 '비교역재'다. 미국의 높은 서비스가격은 그러한 환경의 대가다. 세계 제일의 군사강국, 미국이 국내에선 의료보험 하나 산뜻하게 해결 못해 쩔쩔맨다.

미국의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이 한국의 2.5배된다는 것은 미국 서비스업이 같은 서비스에 대해 2.5배 높은 가격을 받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옷, 차, 주방용품 등 하드웨어는 확실히 미국이 싸다. 발에 차이고 넘친다. 백화점 들은 염치불구하고 거의 매일 세일이다. 전세계 경쟁자들이 미국에서 한데모여 피말리는 가격전쟁을 치르는 '교역재'라서 그런 것이다.

서비스업을 선진화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선진국이 그러니까 따라하자는 것은 위험하다. 마치 진리처럼 통하는 서비스업 고부가가치성의 진실이 바가지 가격이 아닌지 부터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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