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가 매출의 20배, 상장사 '막장 실적' 속출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0.03.1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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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손실>매출액' 한계기업 속출

매출액 12억원, 순손실 266억원-옵티머스
매출액 33억원, 순손실 134억원-테스텍

적자가 매출액의 몇배에 달하는 기형적인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영업을 중단하고 청산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얘기로, 기업들이 수년간 곪아있던 환부를 한 번에 도려낸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제회계기준(IFRS)도입을 앞두고 회계법인들의 태도가 깐깐해졌다는 것도 배경으로 풀이된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감사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파산을 앞둔 기업에서나 있을 법한 실적을 공개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기업은 매출을 일으켜 수익을 내야 생존할 수 있다. 순손실이 매출액보다 크다는 얘기는 계속기업으로의 가치가 없다는 의미다.

최근 공시를 통해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조인에너지는 순손실(68억원)이 매출액(44억원)을 뛰어 넘었다. 조인에너지는 이번 적자로 자본잠식률이 50%를 넘고,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최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40억원 유상증자를 추진중이다.



옵티머스 (0원 %)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지난해 매출액이 12억원으로 매출 감소율이 87%에 달했다.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92억원, 266억원을 기록했다. 옵티머스 역시 자본금 50% 이상 잠식과 매출액 미달 등으로 관리종목 지정사유가 추가됐다. 옵티머스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30대 1의 무상감자를 결정한 상태다.

핸디소프트 (0원 %)는 지난해 58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적자폭이 전년 143억원보다 늘었으며, 매출액은 35% 감소한 16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적자는 58억원. 지엔텍도 비슷한 사례다. 매출액 61억원에 순손실 316억원을 기록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실적이다.

이 밖에 순손실이 매출액을 넘는 기업들(매출, 순손실)은 △인젠(83억, 96억) △터보테크 (45원 ▼2 -4.3%)(37억, 57억) △아이넷스쿨 (938원 ▲27 +2.96%)(155억, 187억) △이앤텍 (0원 %)(223억, 275억) △지엔텍(61억, 316억) △에너랜드 (0원 %)(44억, 136억) △엘앤피아너스 (0원 %)(88억, 286억) △포네이처(20억, 193억) △유아이에너지 (0원 %)(32억, 94억) △룩손에너지 (0원 %)(23억, 240억) △중앙바이오텍(51억, 278억) △소리바다미디어 (0원 %)(63억, 129억) △무한투자 (0원 %)(55억, 129억) △테스텍 (0원 %)(33억, 134억) 등이었다.


이들은 지분법 평가손실을 반영하는 한편 매출채권과 관련해 적잖은 대손충당금을 쌓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밖에 재고자산 상각, 부실자회사 처분 등도 많았다.

실적공시에서 지엔텍은 200억원 우발부채에 대한 충당금 설정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고, 에너랜드는 단기대여금 대손충당금 93억원을 설정하고 지분법 평가손실이 전년보다 29% 증가했다고 전했다. 엘앤피아너스는 실적악화 요인으로 대규모 지분법 평가손실을 들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의 결과로 본다면 일시적인 적자는 큰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적자를 낸 기업 대부분은 M&A가 잦았다는 점에서 자금횡령과 부외부채 등의 부작용이 터진 결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기업사냥꾼들이 기업을 인수한 후 투자자금을 빼돌리는 과정이 수년간 반복됐고, 여기서 생긴 부작용이 최근 국제회계기준(IFRS)도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터져나왔다는 것이다.

기업사냥꾼 A가 현금자산 100억원 가량을 보유한 B기업을 150억원에 인수했다고 가정하자. A는 기업의 현금으로 부실한 장외기업에 투자하거나 대여금, 선지급 등의 방식으로 30억원 가량 자금을 빼돌린다. A는 이후 B기업 경영권을 130억원에 재매각해 10억원 가량 차익을 거둔다.



다른 기업사냥꾼이 B기업을 인수하면 같은 과정이 반복, 현금자산 대신 부실채권과 부외부채 등이 계속 늘어난다. 그러다가 이를 감추지 못하는 수준이 되면 이번처럼 대규모 적자를 털어놓게 된다는 것이다.

266억원의 적자를 낸 옵티머스는 지난해 9월 전 최대주주 등이 206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가 있다며 고발한데 이어, 올 1월에도 횡령혐의로 전 경영진 등을 고소했다.

특히 올해는 IFRS 도입준비에 착수한 회계법인들의 실사가 깐깐해진 탓에 부실을 고백하는 곳들이 속출했다고 증시관계자들은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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