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과 김 추기경, 종교벽 넘은 교류 '감동'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0.03.1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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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과 김 추기경, 종교벽 넘은 교류 '감동'


법정(法頂·78)스님이 11일 입적했다. 지난해 2월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데 이어 또 한명의 종교계 거목이 별세하자 허전함과 안타까움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우리 사회에 '어른'으로 존경받아온 두 종교인은 생전 종교의 벽을 허물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 큰 감동을 안겼다.



김수환 추기경은 1997년 12월14일 법정스님이 창건한 길상사 개원법회에 김 추기경이 방문해 축사했다. 이에대한 화답으로 법정스님은 이듬해 명동성당에서 특별강론을 하기도 했다.

98년 2월24일 명동성당 연단에 선 법정스님은 "김추기경의 넓은 도량에 보답하기 위해 찾아왔다"며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인연’과 ‘천주님의 뜻’에 감사한다"고 말문을 열어 신도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김 추기경이 선종하자 법정스님은 한 매체에 추모사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를 기고하기도 했다. 이 글에서 "가슴이 먹먹하고 망연자실해졌다"며 길상사 개원에 자신의 초청을 받아들였던 일을 추억했다.

"첫 만남의 자리에서도 농담과 유머로써 종교간의 벽, 개인간의 거리를 금방 허물어뜨렸다. 그 인간애와 감사함이 늘 내 마음속에 일렁이고 있다. 그리고 또 어느 해인가는 부처님오신날이 되었는데, 소식도 없이 갑자기 절 마당 안으로 걸어 들어오셨다. 나와 나란히 앉아 연등 아래서 함께 음악회를 즐기기도 했었다"고 회고했다.

또 "인간의 추구는 영적인 온전함에 있다. 우리가 늘 기도하고 참회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깨어지고 부서진 영혼을 다시 온전한 하나로 회복시키는 것, 그것이 종교의 역할이다"며 수도자로서의 공감을 표시했다.


법정스님을 이 글 말미에 "지금 김수환 추기경님은 우리 곁을 떠나셨지만 우리들 마음속에서는 오래도록 살아 계실 것이다. 위대한 존재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썼다.

법정스님은 천주교 수녀원과 수도원에서도 자주 강연했고, 길상사 마당의 관음보살상 제작을 독실한 천주교신자 조각가인 최종태 전 서울대교수에게 맡기기도 했다. 그때문에 성모마리아를 닮은 관음보살이 탄생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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