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는 지난해 12월부터 은마아파트의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종합점수 50.38점으로 D등급 판정이 나왔다고 지난 3월5일 발표했다. D등급은 노후·불량 건축물에 해당해 재건축은 가능하지만 붕괴 우려 등 치명적 결함이 없어 구청장이 재건축 시기를 조정할 수 있는 '조건부 재건축' 대상이다. 그런데 서울 시내 재건축 사업에서 실제 구청장이 '재량권'을 행사한 사례가 없어 '사실상 판정'으로 시장은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발표 후 시장 분위기 일단 '잠잠'
조합원들은 오랜 숙원이 풀린데 대해 반겼지만 시장은 잠잠했다. 101㎡(전용 77㎡)의 현재 시세는 9억8000만~10억2000만원, 113㎡(전용 85㎡)는 11억8000만∼12억2000만원선인데 매물이 자취를 감춘 상태다.
현재 재건축시장이 조정기를 겪고 있는 데다 지난해 말 안전진단 신청서 제출 당시 이미 반영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또 2개 주택형으로만 구성된 중층 재건축 단지로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이고 앞으로도 소형평형 의무비율, 개발 부담금 등 '넘어야할 산'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중층아파트 특성상 재건축 사업성이 낮고 사업추진이 저층 아파트에 비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은마아파트 가격 급등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반재건축 추진할 듯…난제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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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3종 일반주거지인 은마아파트의 용적률은 199%, 이명박 정부에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서 정한 법정 상한 용적률은 최고 300%다. 은마아파트는 그동안 전용면적의 10%까지 늘려 짓는 1대 1 재건축으로 할지, 중대형 주택형을 상대적으로 많이 지을 수 있는 일반 재건축으로 추진할 지를 놓고 고민해왔다.
1대 1 재건축의 경우 중대형 평형을 많이 짓지 못하는 대신 가구 수를 늘릴 수 있다. 반면 일반 재건축은 다양한 주택형을 지을 수 있지만 전용 60㎡의 소형주택을 20% 이상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
이와 관련해 일단 추진위는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적용받는 방식을 택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늘어나는 용적률만큼 소형 아파트를 지어서 전용 60㎡ 이하의 아파트는 임대(보금자리주택)와 분양 아파트만으로 채우고 조합원들은 중대형을 배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소형 일부는 일반분양을 통해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도 줄일 수 있다는 복안이다.
다만 일반 재건축을 선택하면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이 2억~3억원 정도 더 발생할 것으로 보여 추진위는 진행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의견 수렴을 진행할 계획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수석부사장은 "재건축 용적률 규제가 완화돼 종전보다 수익성은 나아졌지만 재건축 사업기간과 금융비용 등을 감안할 때 현재 3.3㎡당 3000만원 수준인 은마아파트에서 대박을 노리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강남구가 올해 안에 정비계획 수립 및 구역지정을 마치고 순탄하게 진행하더라도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 이주 및 착공 단계에 이르기까지 최소 5년의 사업기간이 걸릴 것이란 게 업계 예상이다.
◇삼성·GS컨소시엄 시공사 유지되나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는 지난 2002년 7월 주민 과반 수 이상 찬성표를 얻은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 건설부문·GS건설 (15,440원 ▼210 -1.34%)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해 2003년 강남구청에 신고했다. 이들 컨소시엄의 사업 지분율은 삼성이 51%, GS가 49%다.
지난 2002년 시공사 선정 이후 8년 가까이 사업이 묶인데다 관련법이 워낙 많이 바뀌었지만 이들 건설사의 시공권은 그대로 인정될 전망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부칙 6852호는 '2002년 8월9일 이전에 토지 등 소유자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 시공사를 선정한 주택재건축사업으로 이 법 시행일 이후 2월 이내에 시장·군수에게 신고한 경우 당해 시공자를 선정된 시공사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서울시 관계자도 "공공관리제도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도입된다 하더라도 그 이전에 법적으로 이미 허용된 부분에 대해선 인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GS컨소시엄은 재건축 추진위원위와 함께 단지 설계 등 사업 전 과정을 진행할 방침이다. 한 컨소시엄 관계자는 "오는 5~6월쯤 추진위가 조합원 총회를 열고 올 하반기 정비계획안을 마련하기 전에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사업 설계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여타 강남권 중층 재건축 여파는
은마아파트의 안전진단 통과로 잠실주공 5단지,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강남권 초기 재건축 단지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중층아파트의 안전진단 신청이 늘어나는 등 강남 재건축 시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현재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은마아파트와 같이 재건축 연한을 넘긴 중층(10층 이상 15층 이하)아파트 단지는 총 65개 단지 4만9582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은마아파트와 동일한 사업단계로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는 단지는 40개 단지 3만5076가구로 전체의 71%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소장은 "은마의 안전진단 통과로 '안전진단 통과 불가' 공식이 깨짐에 따라 이들 단지들도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 일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서울시장, 6~12개월 소요)→조합설립 인가(구청장, 12개월 소요)→서울시 건축·교통 및 환경영향평가 등(6개월 소요)→사업시행인가(구청장, 2개월 소요)→관리처분계획 인가(구청장, 3개월 소요)→이주·철거 및 착공(재건축 조합, 12개월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