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전5기 다시 뛰는 은마, 투자 가치는?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10.03.1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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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 뜯어보기

강남권 재건축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3전4기의 노력 끝에 9년 만에 안전진단에 통과해 재건축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시장 흐름이 어떻게 변할지 주목된다.

강남구는 지난해 12월부터 은마아파트의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종합점수 50.38점으로 D등급 판정이 나왔다고 지난 3월5일 발표했다. D등급은 노후·불량 건축물에 해당해 재건축은 가능하지만 붕괴 우려 등 치명적 결함이 없어 구청장이 재건축 시기를 조정할 수 있는 '조건부 재건축' 대상이다. 그런데 서울 시내 재건축 사업에서 실제 구청장이 '재량권'을 행사한 사례가 없어 '사실상 판정'으로 시장은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치동 316 일대(24만3553㎡)에 지어진지 31년 된 은마아파트는 4424가구가 거주하는 매머드급 단지로 2002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해 왔지만 정부 규제와 주민 갈등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3번이나 안전진단에서 탈락해왔던 터라 이번 결과에 기대감이 크다.

◇발표 후 시장 분위기 일단 '잠잠'

조합원들은 오랜 숙원이 풀린데 대해 반겼지만 시장은 잠잠했다. 101㎡(전용 77㎡)의 현재 시세는 9억8000만~10억2000만원, 113㎡(전용 85㎡)는 11억8000만∼12억2000만원선인데 매물이 자취를 감춘 상태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 관계자는 "매물은 대부분 들어간 상태이고 매수하려는 이들의 문의도 거의 없다"며 "아직 갈길이 멀고 조합원간의 의견 조율도 쉽지는 않다"고 전했다.

현재 재건축시장이 조정기를 겪고 있는 데다 지난해 말 안전진단 신청서 제출 당시 이미 반영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또 2개 주택형으로만 구성된 중층 재건축 단지로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이고 앞으로도 소형평형 의무비율, 개발 부담금 등 '넘어야할 산'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중층아파트 특성상 재건축 사업성이 낮고 사업추진이 저층 아파트에 비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은마아파트 가격 급등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반재건축 추진할 듯…난제 여전


현재 3종 일반주거지인 은마아파트의 용적률은 199%, 이명박 정부에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서 정한 법정 상한 용적률은 최고 300%다. 은마아파트는 그동안 전용면적의 10%까지 늘려 짓는 1대 1 재건축으로 할지, 중대형 주택형을 상대적으로 많이 지을 수 있는 일반 재건축으로 추진할 지를 놓고 고민해왔다.

1대 1 재건축의 경우 중대형 평형을 많이 짓지 못하는 대신 가구 수를 늘릴 수 있다. 반면 일반 재건축은 다양한 주택형을 지을 수 있지만 전용 60㎡의 소형주택을 20% 이상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

이와 관련해 일단 추진위는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적용받는 방식을 택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늘어나는 용적률만큼 소형 아파트를 지어서 전용 60㎡ 이하의 아파트는 임대(보금자리주택)와 분양 아파트만으로 채우고 조합원들은 중대형을 배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소형 일부는 일반분양을 통해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도 줄일 수 있다는 복안이다.

다만 일반 재건축을 선택하면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이 2억~3억원 정도 더 발생할 것으로 보여 추진위는 진행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의견 수렴을 진행할 계획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수석부사장은 "재건축 용적률 규제가 완화돼 종전보다 수익성은 나아졌지만 재건축 사업기간과 금융비용 등을 감안할 때 현재 3.3㎡당 3000만원 수준인 은마아파트에서 대박을 노리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강남구가 올해 안에 정비계획 수립 및 구역지정을 마치고 순탄하게 진행하더라도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 이주 및 착공 단계에 이르기까지 최소 5년의 사업기간이 걸릴 것이란 게 업계 예상이다.

◇삼성·GS컨소시엄 시공사 유지되나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는 지난 2002년 7월 주민 과반 수 이상 찬성표를 얻은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 건설부문·GS건설 (15,440원 ▼210 -1.34%)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해 2003년 강남구청에 신고했다. 이들 컨소시엄의 사업 지분율은 삼성이 51%, GS가 49%다.

지난 2002년 시공사 선정 이후 8년 가까이 사업이 묶인데다 관련법이 워낙 많이 바뀌었지만 이들 건설사의 시공권은 그대로 인정될 전망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부칙 6852호는 '2002년 8월9일 이전에 토지 등 소유자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 시공사를 선정한 주택재건축사업으로 이 법 시행일 이후 2월 이내에 시장·군수에게 신고한 경우 당해 시공자를 선정된 시공사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서울시 관계자도 "공공관리제도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도입된다 하더라도 그 이전에 법적으로 이미 허용된 부분에 대해선 인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GS컨소시엄은 재건축 추진위원위와 함께 단지 설계 등 사업 전 과정을 진행할 방침이다. 한 컨소시엄 관계자는 "오는 5~6월쯤 추진위가 조합원 총회를 열고 올 하반기 정비계획안을 마련하기 전에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사업 설계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여타 강남권 중층 재건축 여파는

은마아파트의 안전진단 통과로 잠실주공 5단지,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강남권 초기 재건축 단지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중층아파트의 안전진단 신청이 늘어나는 등 강남 재건축 시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현재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은마아파트와 같이 재건축 연한을 넘긴 중층(10층 이상 15층 이하)아파트 단지는 총 65개 단지 4만9582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은마아파트와 동일한 사업단계로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는 단지는 40개 단지 3만5076가구로 전체의 71%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소장은 "은마의 안전진단 통과로 '안전진단 통과 불가' 공식이 깨짐에 따라 이들 단지들도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 일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서울시장, 6~12개월 소요)→조합설립 인가(구청장, 12개월 소요)→서울시 건축·교통 및 환경영향평가 등(6개월 소요)→사업시행인가(구청장, 2개월 소요)→관리처분계획 인가(구청장, 3개월 소요)→이주·철거 및 착공(재건축 조합, 12개월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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