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부담에 민간건축물 내진설계 취약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0.03.0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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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진기준 리히터 7이상 상향조정 논란 불거지기도

올들어서만 아이티, 칠레, 대만에서 잇따라 대형 지진이 발생하면서 전세계가 지진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 중부 지진, 2008년 5월 중국 쓰촨성 지진, 2004년 10월 23일의 일본 니이가타 지진, 2003년 9월 도카치오키 지진 등 2000년대 들어 발생한 기록적인 강진이 이어지면서 수십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기반시설이 파괴됐다.

지진 사상자의 대부분은 무너진 건물이나 기반시설에 깔리거나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장기간 고립돼 발생한다.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모든 건축물에 내진설계를 적용해 지진 발생 시 건축물 붕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비용부담 때문에 실질적으로 모든 건축물에 일정 수준 이상의 내진설계를 의무화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내진설계를 외면하다가 1985년 멕시코 지진으로 인한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보고 부랴부랴 1988년 최초로 내진설계를 도입했다.

당시는 과거 지진 자료가 부족하다보니 미국을 참고로 해 리히터규모 5.0~6.0 지진을 기준으로 했다. 이후 전세계 대형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기준을 리히터 규모 6~7로 높이고 대상도 6층 이상에서 5층 이상 건물로 확대했다.



이어 2005년에는 지상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1000㎡ 이상인 건축물로 확대 적용하고 학교 및 오피스텔은 내진등급을 1등급으로 강화했으며 2층 이하 소규모 건축물의 구조안전 기준도 도입했다. 국토해양부도 도로(교량, 터널), 철도(교량, 터널), 도시철도, 공항, 항만, 댐, 건축물, 국가하천수문, 공동구 등 11개 시설물에 대해 내진설계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사회간접자본(SOC)과 건축물의 내진률은 시설물별로 편차가 심하다. 댐만 유일하게 내진율 100%인 것을 제외하곤 △공항 94.5 △도로 93.2 △철도 91.0 △도시철도 87.4 △항만 28.5 △건축물 16.8 △공동구 4.8 △수문 0.0 등이다.

특히 인명과 가장 밀접한 건축물은 내진률이 하위권인데 이는 아파트와 소규모 공동주택(다세대, 연립) 등 민간 건축물이 보강비용의 문제로 내진보강 실적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리히터 5.5를 기준으로 건축물을 신축할 경우 내진비용은 3.3㎡당 건축비의 3%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를 리히터 7 이상으로 상향조정하면 내진비용은 3.3㎡당 건축비의 4~4.5%로 상승한다. 내진비용 부담도 문제지만 내진기준이 없던 1988년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과 2000년 이전 리히터 5.5를 기준으로 한 건축물은 지진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돼있는 것도 문제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두만강 하류에서 진도 7.2지진이 발생한 사례를 들어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강조하며 내진기준을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조전문가인 단국대 건축공학과 정란 교수는 "내진기준 상향은 비용부담이 있기 때문에 경제력에 따라 점진적으로 높일 필요는 있다"며 "특히 공사현장에서 일반 건축사가 아닌 구조전문가가 내진기준대로 공사를 하는지 감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민간 건축주의 내진보강을 유도하기 위해 지방세 경감, 재해보험율 차등적용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으로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고 기존 건축물도 허가대상인 증축·대수선·리모델링을 하는 경우 내진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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