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조이 세대의 적

머니투데이 김준형 증권부장 2010.03.0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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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에지있게 후회없이 즐겨라...쫄지마, 할 수 있어 도전!"
동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상화 선수의 홈페이지에 쓰인 이 문구만큼 우리 젊은 세대의 긍정적 특징을 설명할 방도가 없을 것 같다.
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젊은 영웅들에게 우리는 '챌린조이(Challenge+Enjoy) 세대'라는 이름을 헌사했다.

단군 이래 '격변기' 아닌 날이 없었다는 대한민국 상황에서도 그렇게 반듯하게 자라준 아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심정은 '고맙다'를 거쳐 '미안하다'로 이어진다. 세종시 문제를 다루는 집권여당 의총에서까지 "이렇게 해서 집권한다고 해도 모태범 김연아 선수같은 우리 아들딸들이 그런 세상을 견디겠느냐"는 한 실세 의원의 한탄이 등장했다. 이런 발언이 나오게 된 앞뒤 정치적 사정을 떠나서 백번 공감이 간다.



그런데 우리 아들 딸들이 이런 세상을 그냥 '견디고만' 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기성세대들은 감동만 하고 있을게 아니라 이 순간 위기감을 느끼는게 마땅하다. 다음과 같은 장면이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에 닥칠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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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주 프라이빗 골프장 필드에서 화창한 봄볕을 즐기고 있는 60대 '어르신들'. '역시 힘 있을때 은퇴해서 최대한 오래 즐겨야지'라고 생각하며 클럽들을 휘두르는 순간, 고함소리와 함께 수백명의 젊은이들이 골프장 담을 넘어 들어온다.
골프 카트를 빼앗아 호수에 쳐박고, 하얀 스프레이 페인트로 녹색잔디 위에 구호를 갈겨쓴다. "붐즈 데이(Boomsday)!!! 심판일이 왔다"



물론, 실제 상황은 아니다. 2007년 미국 서점가 '베스트 셀러'반열에 올랐던 크리스토퍼 버클리의 풍자소설 '붐즈 데이(Boomsday:Babyboomer+Doomsday)'의 첫장면이다.

베이비부머들이 일시에 은퇴하면서 이들의 은퇴 연금을 감당하기 위한 사회보장세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카산드라 디바인이라는 29살의 재기발랄한 젊은 여성은 블로그를 통해 노인들에게 '자발적 이동(Voluntary Transitioning)'을 제안한다. 노인들이 70세에 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하겠다고 서명하면 재산세를 면제해주고 무료로 보톡스 주사도 놔주는 등 각종 지원을 해주자는 것이다. 쉽게 말해 빨리 천국으로 '이동'해서 후세의 부담을 덜어달라는 뜻이다.
베이비부머, 쉽게 말해 대책없이 퍼질러진 세대들 부양에 허리가 휠 지경인 20,30대들의 열광은 거대한 운동으로 번지고, 대통령 선거 승리까지 넘보는 세력으로 성장한다.

이쯤 읽으면 남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야 정상적인 대한민국 베이비부머들이다.


신구세대간의 '적대적 모순'상황으로 보면 우리가 미국보다 몇 단계 위다.
지금 박수를 받고 있는 챌린조이 세대들이 40대가 되면 노동 인구 두명이서 노인 한명을 부양해야 한다. 층층시하 인사적체로 평생 대리로 정년퇴직하는게 상식이고, 과장만 달고 은퇴해도 복받았다는 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국민연금은 자기가 낸 돈에도 훨씬 못미치고, 그나마 받을지 말지도 모른다.

지금 자신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있는 선배세대들이 바로 그들이 넘어야 할 도전이라는걸 챌린조이 세대가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선배세대들은 이들이 웃는 얼굴로 내미는 '자발적 이동' 신청서를 받게 될지 모른다. 너무 섬뜩한가? 시간이 아주 없지는 않다는 걸로 위안을 삼을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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