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갈아타기, 직장 갈아타기

머니투데이 김준형 증권부장 2010.02.1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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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후배가 직장을 옮길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지금 회사로 옮긴지도 얼마 안됐지만 솔깃한 제안에 마음이 흔들리는건 어쩔수 없을 것이다. 조금이나마 먼저 살았던 경험도 들려주고 함께 술잔도 기울여보지만, 피차 가보지 않았던 길인지라 결국 결론은 본인의 몫이다.

이럴땐 사방에 널려 있는 주식투자 비법처럼 '절대 실패하지 않는 직장 옮기기' '최고의 직장 최고의 타이밍'뭐 이런 책들이라도 좀 있으면 권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직장과 투자.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내려야 하는 가장 중요한 선택의 대상이다. 직장은 안정적 수입을 가져다주는 안전판이지만, 마르크스 경제학 이론처럼 임금은 늘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선만큼만 주어지는 듯 감질난다. 그래서 택하는게 투자이고, 그중에서도 주식은 보통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투자 대상이다.



따지고 보면 주식시장은 인생의 축소판이고, 직장도 수익을 내기 위한 투자처이다.
직장을 갈아타려 할때도, 투자 대가들을 통해 시장에서 검증된 선택의 원칙에 귀를 귀를 기울여볼 필요가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유럽의 전설적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주식은 머리로 버는게 아니라 엉덩이로 번다"고 했다.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시장에서 인정받고 최대 수익을 낼 수 있을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라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자신의 가치가 제대로 대접받을만큼 엉덩이를 붙이고 있었는지를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주식투자에 실패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늘 사고 판다는 것이다. 이 주식을 사고 나면 저 주식이 오르는것 같고, 자신이 보유한 종목보다는 딴 종목이 나아보인다.



그렇게 몇%의 이익을 좇아 종목을 갈아타다간 신경 쓰고, 시간 버리고, 몸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 직장도 한번 옮기려면 최소 지금 받는 연봉의 50% 이상은 받아야 할 터이다. 스카우트 하는 측에서 제시하는 연봉은 당분간 정체될 가능성이 많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어차피 몇년에 걸쳐 올려줄 돈을 한번에 주는게 스카우트비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투자에서 상승 잠재력이 가장 큰 종목은 신규상장, 즉 새로 주식이 발행된 '핫 이슈(hot issue)'이다. 꼭 새로 상장하는 주식에 국한되는게 아니고, 새롭게 시장과 경제의 변화를 주도하는 종목이나 업종이다.
대표종목이나 업종 움직임에 따라 덩달아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후광효과'라는게 분명히 있지만 그것도 몇개 과점 종목에 해당하는 것이다. 남들이 하는걸 그대로 베끼며 시장에 들어가는 '카피캣(copy cat)'에게 미래가 없다는 건 주식이나 직장이나 마찬가지다.

또 하나 중요한 선택의 기준은 최고경영자(CEO)이다.
20년 가까이 펀드를 운영해온 한 애널리스트는 기업탐방을 갈때 반드시 CEO면담을 요청하고, 안되면 명함 건네면서 악수라도 한다고 말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CEO의 건강에서부터 인상, 자질과 함께 CEO가 운명을 같이 할 회사인지가 중요하다.
경영자가 한순간에 지분을 팔거나 사업에서 손떼고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면 주식이건 직원이건 추풍낙엽일수 밖에 없다.


물론 선택은 틀렸을 수 있다. 이때는 '손절매'다. 월가 최고의 투자전략가로 꼽히는 윌리엄 오닐은 '최고의 주식. 최적의 타이밍'에서 5-10%의 손절매 원칙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실패하지 않는 최고 원칙이라고 했다.
연애는 하되 결혼은 하지 말고, 아니다 싶으면 돌아서야 하는게 투자이다. "평생 회사를 위해 몸바치겠다"는 사람치고 끝까지 남아 있는 사람 없다.

그런데 선택이 잘못됐다는건 어떻게 판단할까?
20세기초 '월가의 큰 곰'으로 불리던 제시 리버모어는 "내가 이 주식을 사기 이전, 은행에 돈이 있을 때로 돌아가더라도 다시 이 주식을 사겠냐고 물었을때 대답이 'NO'라면 주식을 팔라"고 했다.

내가 지금 이 회사 직원이 아니라면 입사 하고 싶을까?
직원 뿐 아니라 경영진도 한번 자문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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