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 두달···"안착과정 vs 개선시급"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0.02.2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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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 논란 딛고 대출실적 증가세...대출조건 완화, 재원확보 '과제'도

저소득·저신용 서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미소금융사업이 시행 두 달째에 접어들었다. 미소금융은 정부가 금융소외 계층에 저리(2~4.5%)의 자활자금을 지원한다는 '공익성'에도 불구하고 사업 초기부터 '관치'와 저조한 대출실적 논란에 시달렸다.

미소금융 제도가 서서히 안착되면서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서민들의 대표적 자활 지원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지나치게 까다로운 대출요건과 대출재원 확보방안 마련 등은 시급한 개선 과제로 지적된다.



◆대출 수혜 300명, 20억원 지원= 금융위원회와 미소금융중앙재단 등에 따르면, 작년 12월 중순 미소금융 지점이 첫 설립된 이후 지난 24일까지 대출 수혜자 300명에게 모두 20억2000만원의 미소금융이 지원됐다. 1인당 평균 673만원의 대출을 받은 셈이다.

현재까지 총 1만4708명이 미소금융 대출 상담(일대일 면담 기준)을 받았으며 1차심사 결과 4819명(33%)이 대출 신청 자격을 갖춘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 수혜자를 뺀 4519명에 대해선 대출 심사가 진행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미소금융 시행 첫 한 달 동안은 상담자 대비 대출자 비율이 0.3%에 불과했지만 현재 대출자 비율이 2%로 늘어나는 등 대출 실적이 증가 추세에 있다"며 "미소금융사업이 성공적으로 착근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미소금융 지점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현재까지 설립된 미소금융 지점은 수도권 16개, 지방 11개 등 27개다. 이중 기업이나 은행의 미소금융재단에서 설립한 지점이 19개, 미소금융중앙재단의 지역 지점은 8개로 집계된다.

금융위와 미소금융중앙재단은 올해 미소금융 사업규모를 2228억원 수준으로 책정하고 연내 지점수를 7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점을 더욱 확대하고 대출 상품을 다양화해 저소득. 저신용 계층의 자활 금융지원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출요건 완화, 재원확보 시급"= 금융권에선 그러나 미소금융 대출실적이 여전히 저조하다는 지적이 많다. 대출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기 때문이다.

미소금융 지원을 받기 위해선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여야 한다. 소득이 적고 자활이 필요하지만 신용관리를 상대적으로 잘한 신용등급 6등급 저소득층엔 혜택이 돌아갈 수 없다는 의미다. 이처럼 신용등급 기준 미충족으로 대출을 못 받은 사람이 전체 상담자의 34%로 가장 많았다.

김승유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창업자금을 50% 이상 확보해야 대출해 주고, 사업자등록 후 2년 이상 영업을 유지하고 있어야 운영 및 시설자금 대출이 가능한 대출 조건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출 요건을 완화할 경우 저리 대출에 따른 '도덕적 해이'와 '사업 부실화' 우려가 크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턱없이 부족한 미소금융 대출 재원 및 운영자금 마련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미소금융 재원은 휴면예금(고객들이 찾아가지 않은 예금)과 기업, 금융권, 개인이 낸 기부금으로 충당된다. 정부는 향후 10년간 2조5000억원 가량의 미소금융 대출 재원을 확보할 계획이지만 수혜 범위를 넓히기 위해선 충분한 자금 확보가 선결돼야 한다.

김 이사장은 최근 "신용등급 7~10등급에 해당하는 저신용층 850만명에게 1000만원씩 대출을 해주려면 85조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이에 비해 미소금융의 10년간 지원규모는 너무 적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에선 미소금융재단이 '적자재단'으로 전락 우려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낮은 금리로 받는 이자수입만으론 재단 운영을 위한 고정비용을 충당하기에도 벅찬 데다 저신용자들의 대출 회수율을 감안하면 적자가 불가피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사전컨설팅, 현장방문 및 사후관리를 통해 대출 회수율을 극대화하는 한편, 일반 금융회사 대출과 각종 정책자금 지원정보를 연계하는 통합정보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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