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토요타, 그리스 닮은 꼴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0.02.24 16:23
글자크기
[기자수첩]토요타, 그리스 닮은 꼴


토요타와 그리스. 최근 몇 주 간 국제뉴스를 불명예스러운 소식으로 가득 채웠던 두 주인공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사고' 이전 위기의 징후가 거듭 포착됐다는 점이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미 교통안전국에 접수된 토요타 차량 급발진 사고 사망자 수는 21명에 달했다. 미국의 한 보험사는 이미 2004년 토요타 차량의 급발진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재정위기도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았다. 선거철만 되면 흥청망청 국고를 써대던 ‘습관’을 경기침체로 세수가 말라붙은 지난해 1분기 이후에도 지속했던 그리스 정부가 극심한 재정 적자를 마주하게 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은폐가 화(禍)를 키웠다는 점도 비슷하다. 토요타는 차량 결함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도 지난해 10월에야 대규모 리콜을 실시했다고 비난받고 있다. 가속 페달 결함으로 자사 차량에 탑승 중이던 일가족 4명이 사망하는 사건 발생 2달 후의 조치였다.

그리스 정부의 통계조작 혐의는 유명하다. 지난해 11월, 전달 집권한 사회당 정부가 공개한 그리스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GDP 대비 12.7%로 기존 전망치 6%의 2배를 웃돌았다. 측정 오차나 예상치 못한 변수로 설명하기 힘든 이 수치는 그리스 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급락시키며 국제사회를 아연실색하게 했다. 그리스는 90년대부터 투자은행들과 함께 국가 회계를 ‘분식’ 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부정적 후광효과를 만들며 주변에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공통점도 발견된다. 일본의 대표적 기업이었던 토요타의 몰락은 다른 일본기업과 일본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까지 번졌다. 전 세계 금융시장의 시한폭탄이 된 그리스는 스페인, 포르투갈 등 근처 남유럽 국가들에 대한 재정위기 불안감을 실제 이상으로 키웠다.

이들의 최근 모습은 한 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복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달 야심 찬 재정적자 감축 계획을 발표한 그리스 정부에게 유럽연합(EU)과 시장은 냉담한 반응만을 드러냈다. 토요타는 미 의회 청문회라는 장벽을 가까스로 넘은 후에도 매출 감소라는 더 냉혹한 시장의 반응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