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와 諸子百家…혼란의 종착지는?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10.02.1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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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야놀자]이 대통령 '실용주의' VS 박 전 대표 '정서형'

세종시와 諸子百家…혼란의 종착지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끝낸 것은 실용정신이었다. 당시 중국은 유가, 묵가, 도가 등 온갖 사상이 등장해 각자 목소리에 힘을 주던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시대였다. 각 사상은 급격한 정치·경제 혼란 속에서 어떻게 질서를 회복할 지를 모색했다.

전국시대에 강력한 진나라를 상대하기 위한 계책으로 합종연횡(合從連衡)이 등장했다. 소진은 연 등 여섯 나라를 세로로 묶어 합종을 이끌었다. 장의는 "생존을 위해 진을 섬겨야 한다"며 유세해 가로로 자리 잡은 동맹을 출현시켰다. 진은 그러나 합종을 깬 뒤 여섯 나라를 차례로 멸망시켜 중국 역사 최초로 통일제국을 세웠다.



진은 법가사상을 받아들여 부국강병에 골몰했다. 진 효공은 상앙을 중용해 변법을 시행함으로써 세력을 크게 키웠다. 상앙은 △법 앞의 평등 △신상필벌과 약속준수의 원칙을 강조했다. 심지어 태자의 죄를 물어 태자의 측근과 사부에게 중형을 내리기도 했다.

#진시황은 법가 사상을 바탕으로 군현제, 관료제 등 강력한 중앙집권 정책을 펼쳤다. 한비자, 이사 등은 진시황을 보좌하며 경제, 군사 등에서 강력한 실용주의적 정책을 펼쳤다. 천하 통일 후에는 도량형, 화폐, 문자, 도로를 통일시키는 업적을 남겼다.



법가는 가치판단 기준을 '효과와 결과'에 뒀다. 원래부터 그래왔던 과거의 원칙보다는 시대상황에 맞게 맞춤형 정책과 법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현실적 인간관, 역사의 진보에 대한 믿음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집권 2기의 화두로 '친서민·실용주의 정치'를 내세웠다. 민생행보를 강화했고 친서민 정책의 수립·시행에 집중했다.

이로써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50%대로 올라서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안'을 꺼내들면서 정국은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는 드물게 대국민 사과까지 하면서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시키고자 한다.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판단과 믿음 때문이다. 그 바탕은 법가의 실용주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과거의 원칙과 기준(세종시 원안)도 중요하지만 시대에 맞게 다듬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전면 재수정해야 한다는 결단이자 용기다.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싸고 정치권은 그야말로 합종연횡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야당보다 오히려 친박(친박근혜)계의 반발이 도드라졌다. 친박계는 세종시 문제를 놓고 야당· 충청권과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친이(친이명박)계 내부에서도 '출구전략'으로 거론되는 국민투표 실시 등을 놓고 이견이 불거지고 있다.



급기야 여당 친이 일각에서 친박을 향해 "그럴 바에야 짐 싸서 나가라"는 격한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친이·친박의 갈등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과 대립의 축소판이자 상징으로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원칙과 박근혜 전 대표의 원칙은 다르다. 박 전 대표의 원칙은 '약속지키기'다. 세종시 원안이 애초 당론이고, 대선과 총선을 치르며 거듭 국민에 약속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대통령의 원칙은 '실용주의'다. '상황논리' 때문에 원안에 찬성했었지만 "그래도 미래를 위해서는 고쳐야 한다"는 절박감이다.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고개 숙여 대국민 해명에 나선 이유다.



박 전 대표의 원칙이 '정서형'이라면 이 대통령의 원칙은 '현장중심형'이다. 전자는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약속을 지키려는 충직한 태도일 수 있다. 이에 비해 후자는 "욕먹더라도 일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집념이다.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원칙은 친이·친박 대립, 미래권력을 향한 의지 등 복잡한 갈래로 뻗어가며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두 원칙은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제압할 만큼 강력하지 않다. 급격한 합종연횡 정국 속에서 두 원칙은 원래 뜻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두 원칙은 시간 흐름 속에서 가까운 혹은 먼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마주설까. 어쩌면 두 원칙에 대한 올바른 평가는 가까운 혹은 먼 미래, 바로 그 때 온전히 가능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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