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리츠 시장 활성화

더벨 길진홍 기자 2010.01.2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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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1월18일(09:56)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자본금 3조771억원, 총자산 7조952억원. 올해로 도입 9년째를 맞는 리츠 시장의 성적표다. 지난 2002년 상품 출시 첫해 5584억원에 머물던 리츠 자산 규모는 2010년 현재 10배 이상 불어났다.



리츠 시장은 특히 지난해 큰 폭으로 확대됐다. 부동산투자회사 19개가 추가되면서 자산 2조2750억원이 순증했다. 이는 2008년 말 리츠 총자산(4조9203억원)의 44%에 이르는 수치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놀라운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외형 성장의 이면에는 기업 구조조정의 도구로 전락한 리츠 업계의 그늘이 자리 잡고 있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찾아온 자본시장 경색은 기업들에게 사옥 등의 자산 매각을 요구했다. 그리고 기업들은 '리츠'라는 피난처를 찾아 몰려들었다.



지난해 출시된 19개 리츠 가운데 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CR리츠)는 총 17개. 오피스(8개)와 미분양(8개), 공장(1개) 등이 기업 구조조정 명목으로 리츠에 편입됐다.

기업들은 오피스 빌딩을 리츠에 넘겨 부채를 상환하고 임차를 보장받았다. 투자자는 조세특례제한법에서 지원하는 취등록세 감면혜택(50%)을 누렸다. 동시에 비교적 안정적인 테넌트(임차인)를 확보할 수 있었다.

기업들은 또 재무건전성 악화로 어쩔 수 없이 내놓게 된 보유 자산을 훗날 되찾기를 원했다. 하지만 바이백 옵션이 붙을 경우 진정매각(트루세일)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회계상 자산 매각이 아닌 담보 대출로 분류돼 되레 발목을 잡혔다.


그러자 이를 피해 이면계약을 맺는 일이 공공연하게 행해졌다. 본계약에는 트루세일의 요건을 갖추고 별도 계약서에 "일정 기간 후 물건을 되사간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바이백 옵선은 매각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와 거래를 매끄럽게 했다. 셀러(Seller)는 훗날 되사올 자산을 굳이 값을 높여 처분할 이유가 없었다. 바이어(Byuer)도 취득가액을 낮춤으로써 레버리지 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 서로가 이문이 남는 거래였다.

이와 맞물려 정부 주도로 건설사 유동성 지원을 위한 미분양 리츠 출시가 잇따랐다. 지난 1년간 리츠는 순전히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이용된 단순한 수단(vehicle)이었던 셈이다.

그사이 리츠 업계의 자생력은 크게 떨어졌다. 오피스 빌딩과 미분양 중심의 CR리츠 의존도가 커지면서 개발형 리츠나 해외 상품 개발은 아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또 공모형 리츠가 점차 설자리를 잃으면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부동산 간접투자라는 본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리츠 업계에 자성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취등록세 감면혜택이 50%에서 30%로 축소되면서 시장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봇물을 이뤘던 기업 구조조정 부동산 매각도 한동안 뜸할 것이란 전망이다. 부동산 간접투자기구로서의 온전한 역할 찾기가 리츠 활성화로 가는 첩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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