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엄마의 우울증, 아이도 위협

이서경 푸른 소아정신과 원장 2010.01.1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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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경의 행복한 아이 프로젝트]

만 6세된 혜림이(가명)은 매사 뭔가 불안해하고, 의기소침해있으며 말도 잘 안 하고 또래 관계도 별로 좋지 못한 증상으로 내원했다.

검사와 진찰을 해 보니 혜림이는 평균 이하의 지능을 보였다. 그러나 잠재 지능은 평균 정도로 추정돼 혜림이의 지능이 저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혜림이 문제의 원인을 살펴보다보니 오히려 엄마에게 문제가 있었다. 엄마가 심한 우울증을 반복적으로 앓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는 그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이 부담된다며 방치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는 치료를 받으면서 우울증이 개선됐고, 몇 개월 후 혜림이의 상태도 좋아지게 됐다.



엄마가 뱃속에서 10개월 동안 아이와 한 몸이 되어 있는 기간 이외에도 낳고 나서도 아이와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 아이는 엄마가 없으면 살지 못하는 절대적으로 유약한 존재이며, 이 세상의 모든 이치와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이성과 감성, 사회성 등 모든 부분을 일차적으로 엄마에게 배우고 기본적인 생존도 엄마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따라서 엄마의 정서적인 상태야 말로 아이에게 있어서는 고스란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심리적인 배지(培地)다.



그 중에서도 아이에게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이 엄마의 우울증이다. 엄마의 우울증은 아이를 양육하는 전 시기에 걸쳐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다. 임신 시의 엄마의 우울증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방출시켜 아이의 뇌 신경 발달을 저해한다. 캐나다에서 시행한 한 연구에서는 뱃속에서 엄마가 외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경우 스트레스가 없는 엄마에 비해 아이의 전체 지능지수와 언어성 지능, 그리고 언어 능력이 낮게 된다.

출산 이후의 엄마의 산후 우울증도 아이의 지능과 언어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아이의 지능, 언어, 학업 능력은 엄마의 우울증 점수와 역 상관 관계에 있다. 특히 언어성 지능과 관련이 많다고 한다. 그 이유로 드는 것이 엄마의 언어적 반응성이다.

아이가 언어 발달을 하기 시작하면서 부모가 큰 목소리로 과장되게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엄마가 보여주는 언어적 반응성이 커지면 아이는 높아진 각성 상태에서 언어적 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데 우울한 엄마는 목소리 음조 변화도 적고 아이의 언어 발달에 자극이 될 만큼의 반응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한 연구의 결과였다. 단어 기억 등의 학습 효과에서도 우울한 엄마의 목소리보다 그렇지 않은 엄마의 목소리가 학습 효과가 높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엄마의 우울증은 아이의 감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동기의 엄마의 우울증은 아이에게 불안장애를 유발하기 쉬우며, 청소년기에는 반항과 일탈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되는 것도 엄마의 우울증이 영향이 크다.

이러한 영향은 특히 엄마가 반복적으로 우울증을 겪는 만성적인 경우에 더 크고, 장기간 반복되는 우울증은 아이의 지능과 언어발달, 정서 발달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아이의 사회성이나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엄마의 우울증은 아이에게 영향을 준다. 시기에 상관없이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특히 아이가 어린 나이일수록 더욱 빨리 고쳐야 한다. 엄마의 우울증은 자신 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빨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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