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잃어버린 '교감'을 찾아서

황인선 KT&G 북서울본부 영업부장 2010.01.0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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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톡톡]호랑이 울음소리를 들어라

경인년..잃어버린 '교감'을 찾아서


작년이 끝날 바로 직전, UAE에 원전을 수출한다고 언론을 도배하던 그 즈음, 폭설에 송년회로 택시 잡기가 어려웠던 그날 밤. 알싸하게 취해서 헤롱대는 손님한테 택시기사님이 한탄합니다.

“옛날에 어디 학생이 택시를 탔습니까? 요즘 학생 녀석들 춥다고 손은 주머니에 꼽고 발을 척 들어서 택시를 세워요. 태워서 한마디 하면 내릴 때 택시 문 꽝 닫고는 침을 탁 뱉어요.”



손님 마음속에 우-엉 호랑이가 울었습니다. “ 일부 뿔난 송아지겠죠.”

“ 물론 일부지만 예전엔 없었어요. 얼마 전에 취한 여대생을 태웠더니 수원가자고 해서 갔는데 글쎄 이 아이가 돈 없다고 여관에 내려달라는 겁니다. 자기 몸으로 내겠다고. 허. 이게 국민소득 2만 달러, IT강국 한국입니다. 조기유학, 영재교육 다 헛겁니다. 정신이 가난한 한국에 뭘 기대하겠습니까?”



손님 마음속에 다시 호랑이가 울었습니다. 끄-응. 기사님의 한탄은 끝도 없이 이어졌습니다. 학생 손님이 너무 싸가지가 없어서 파출소에 데려갔더니 그 아이 엄마가 와서 묻지도 않고 대뜸 “아저씨 얼마면 되요?” 등등.

손님 마음속에 호랑이는 자꾸 끼잉-끼잉 울었습니다. 그리고 새해가 되었습니다.

손님은 기억을 더듬다가 고개를 흔듭니다. ‘그래, 내 마음속 호랑이를 울렸던 그 기사는 낮도깨비들을 본 거고 나는 취해서 환청을 한 거야. 암.’ 그러니 마음이 편해집니다. ‘한국은 경제 어려움을 잘 풀어나가고 있고 삼성, 현대차가 세계로 달리고. 암 글쿠말구. 우리는 잘 될 거야.’


Y2K가 열린다고 세계가 열광했던 세월이 어느 덧 10년이 흘렀습니다. 테헤란 밸리의 신화, 월드컵, 붉은 악마, 한류... 걸 신드롬이 명멸했던 세월이고 나라 어르신들이 세상을 달리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2010년, 한 세대의 껍질이 벗어지나 봅니다. 그전에는 없던 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삶의 질, 국부를 넘어 국격, 창조도시, 녹색성장, 착한 소비... CSR. 우리 사회가 명품사회로 옮겨가려고 풍선을 띄우고 있는 거죠. 그러고 보면 그 기사 분은 틀린 말씀을 한 겁니다.

세계에서 한국의 자부심을 세우는 젊은 영재, 스포츠 스타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정부는 세계 시장에서 뛰고 있습니다. 삼성, LG 같은 기업들의 기분 좋은 혁신 뉴스와 더불어 서울시는 점점 예뻐지고 착한 마케팅 사례도 점점 늘어나는데 왜 그런 한탄을 하냔 말이죠.

그런데 말이죠. 그 기사 분 말씀에 수군수군 이런 말들이 섞여 들리는 건 뭘까요. “ 요즘 애들 교육 다시 시켜야 돼” “인터넷에 예절은 실종이야” “ 한국 사람이 타인을 신뢰하는 정도가 OECD국가 중 바닥.” “잘 산다는데 왜 이렇게 자살이 늘지?” “문화계 80%가 월수입이 고작 100만원”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배타적인 나라 중 하나.” 다시 손님의 마음속에 호랑이 신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영화 <아바타> 보셨나요? 거기 나오는 판도라 행성 원주민인 나비족은 긴 머리채 끝에 촉수가 있어서 그 촉수로 생명의 나무, 동물, 조상신, 땅 속 세계와 끊임없이 교감을 나눕니다. 그들이 믿는 자연신인 에오와는 침묵하지만 나비족은 깊이 그 영적 존재를 믿고 의지합니다.

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풍요한 사회를 살고 있지만 <아바타>가 보여 준 그 교감의 마음을 잃어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택시 기사분의 분노가 거기서 나온 건 아닌지. 우리의 에오와는 출세와 성공과 재테크인건지.

이제는 물질을 넘어 교감이 사회 인프라가 되는 시대로 진화해야겠죠. 로마는 확장만을 추구하다가 무너졌고 미국 네오콘도 미국의 가치만을 주장하다 그 오만함으로 추방당했습니다. 지금 정권은 이제 3년차로 들어갑니다. G20도 유치했겠다, 원전도 수주했겠다, 지자체 선거 때 힘 좀 받겠죠. 기업들의 힘도 점점 세계로 커져갑니다. 도덕적 과오도 이제 다 사면 받았습니다.

바라건대 호랑이 파워를 가진 사람들이 이 교감이란 단어를 깊이 새기는 원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야 성공사회를 넘어 명품사회로 갑니다. 그래야 택시 기사분의 한탄도 사라지고 손님의 마음 속 호랑이도 웃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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