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오순도순? 그들만의 '고인 물'

머니투데이 김태은 이슈팀장 2009.12.1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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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기자의 룩&워치]

우리끼리 오순도순? 그들만의 '고인 물'


30년째 깨지지 않고 있는 육상 100m 한국기록(10초34·1979년 서말구)에 도전하려던 외국인 코치가 ‘퇴출’ 당했다. 세계 단거리계를 주름잡은 아사파 파월(27.자메이카)과 타이슨 게이(27.미국)를 가르친 사람이다. 거스 히딩크(63) 또는 김연아(19)의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48)급 베테랑이다.

육상강국 자메이카에서 온 리오 알만도 브라운(53) 한국 국가대표 단거리 코치가 7개월만에 물러났다. “한국 선수들은 기록 경신에 도전하지 않아도 전국체전에서 괜찮은 등수에만 들면 꼬박꼬박 월급을 받고 대접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세계와 경쟁하려는 생각이 별로 없다”는 말을 남기고 갔다.



어지간하면 밥벌이가 해결된 선수들에게 헝그리 정신 기대난망이다. 하지만 도전욕구마저 잃었다면 그들을 스포츠맨으로 대할 까닭이 없다. 평범한 월급쟁이만도 못할 수 있다. 직장인들은 올 한 해를 요약하는 사자성어로 '구복지루(口腹之累)'를 꼽았다. 먹고 사는 걱정이 크다는 소리다.

매사에 만족하는 사원이 있었다. 분명히 평균보다 못한 외모인데도 “나는 잘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문대 출신이 아니지만 모교에 애착도 대단했다. 졸업한 지 수년인 데도 자신이 나온 대학과 관련된 일이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애사심도 컸다. ‘공채 시험’을 뚫었다는 자부심으로 "최고의 일터" 운운하며 성실히 근무했다. 이런 그에게는 당연히 좋은 평판이 따랐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창의력이 요구되는 새로운 업무가 주어졌다. 동시에 그의 세계는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실력이 점점 탄로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화살을 남들에게로 돌렸다. 직속상사의 능력부터 물고 늘어졌다. 16일 자기나라로 돌아간 브라운의 자질을 탓한 이들과 같은 심리다.

힘든 진보 대신 편한 안주 쪽으로 기우는 남녀는 스스로 암시한다. 뒤처지는 불안을 감추려면 어쩔 수 없다. 바로 이 자기합리화는 결국 변화에 대한 배척으로 귀결되게 마련이다. 자리보전에는 제자리걸음이 최고라고 자위한다면, 착각이다. 해당 자리에 지우는 짐의 무게가 하루가 다르게 무거워지는 급변, 광속의 시대다. 현상고수는 곧 퇴보와 낙오의 다른 표현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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