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의 예대율 규제…은행권 '고민' 중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정진우 기자, 권화순 기자 2009.12.1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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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 인하보다 점진적 적용을…시행시기 유예 기대도

정부가 은행권에 대한 예대율(원화 대출금을 원화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을 12년 만에 규제키로 함에 따라 은행권이 긴장하고 있다. 정부는 10일 발표된 2010년 경제운용방향에 이런 방침을 담았고, 오는 16일 금융위원회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세부적인 규제 내용을 밝힐 예정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당장 은행권의 외형확대에 제동이 걸리고, 수익성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대율 규제 12년 만에 부활= 은행의 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예대율 규제는 1998년 11월 규제완화 차원에서 폐지됐다. 그런데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후 은행권 유동성 비율이 급격히 악화되자 재규제 필요성이 대두됐다. 은행들이 대출경쟁 등 외형확대에 치중하고, 이로 인해 은행채 등 시장성 수신 의존도를 높인 탓에 예대율이 빠른 속도로 증가한 탓이다.



예대율이 높으면 은행이 고객한테서 받은 수신액에 비해 지나치게 대출을 늘렸다는 의미다. 통상 100%를 기준으로 건전성을 평가하는데 지난해 말 한 때 양도성예금증서(CD)를 제외한 은행권 예대율이 130%를 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해외 언론으로부터 금융 건전성에 대한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이후 당국이 예대율 하락을 지속적으로 유도, 올해 5월 이후 CD를 포함한 예대율이 100% 밑으로 떨어졌다. 9월 말 현재 CD를 포함한 예대율은 97.6%, CD 미포함 예대율은 112.4%다.

정부는 이날 바젤위원회에서 구조적 유동성 비율제도 등을 도입하면 이를 감안해 예대율 규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큰 틀만 내놨다. 국제적 논의에 맞춰가며 규제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것으로 현재 예대율 적용 비율 등 세부사항을 최종 조율 중이다. 예대율 산출 시 CD 발행분을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이 예금을 통해 시중자금을 늘리는 대신 CD 발행을 늘릴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점진적 적용…충격 최소화= 규제가 도입되면 은행들은 '대출 확대'를 통한 수익원 확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몸집을 키우기 위해 대출 자산을 무리하게 늘리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수신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고, 대출 금리도 오를 수 있다. 예금 수신을 늘리면 조달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예대율 규제를 강하게 하면 대출금리 상승으로 고객들이 피해를 보게 될 수 있다"며 "내년도 경영전략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은행으로선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예대율 규제 도입이 어느 정도 예상됐던 만큼 큰 충격을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 역시 예대율을 일괄 인하하기보다 점진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목표치를 정한 뒤 시행시기를 유예하는 방안도 점쳐진다.


시중은행 자금 담당 관계자는 "당장 어느 선에 예대율을 맞추라는 당국의 지시가 있다면 충격이 오겠지만 시간을 준다면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대출자산 유동화하거나 예금 조달에 최선을 다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의 임원은 "그간 규제가 재도입될 것에 대비해 예금을 많이 늘리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왔다"며 "예대율 산정에 CD를 빼면 충격이 있는 만큼 당국에서 유예기간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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