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유지+위기 이후 대비 '동시포석'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9.12.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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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경제운용방향]출구전략 잰걸음

정부가 10일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 운용방향은 경기회복세를 견인하면서 위기 이후에 대비하려는 2가지 포석이 깔려 있다.

전체적인 모토는 '위기를 넘어 선진일류국가로'로 잡았다. 6개 세부 추진과제로는 △경기회복 공고화 △일자리 창출 △서민생활 안정 △녹색성장과 에너지 절약 △G20 정상회의 성공적 개최와 국격 제고 △미래과제 준비를 제시했다.

올해 경제전략을 경제위기 극복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집권 3년차의 'MB노믹스'는 위기 극복 이후에 중점을 둔 게 특징이다. 이에 따라 위기에 따른 비상조치를 거둬들이는 출구전략도 보다 가시화될 전망이다.



경제가 되살아나더라도 서민경제에 밀접한 일자리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은 여전히 걱정거리다.

◇경기회복 자신감=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5% 내외로 잡은 것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0.9%)로 전환되고 전기 대비로는 3.2% 성장하는 등 최근의 경기개선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기인한다.



특히 3분기부터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줄어드는 대신 민간부문의 기여도가 개선되고 내수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실제 소비심리 개선과 자동차 세제지원 등의 효과로 3분기 민간소비가 전년동기보다 0.8% 증가했다. 광공업 생산도 올해 7월부터는 위기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여기에 경제위기에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민간연구소나 해외 경제기관보다 높은 5% 성장 전망이 과하지 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최근 두바이 사태처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은 점은 불안요인으로 꼽았다. 이에 따라 올해(65%)보다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내년 상반기에 재정의 60%를 조기 집행하는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출구전략 고삐 조인다=경기가 확실히 개선될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말부터 도입했던 위기대응책은 거둬들인다. 이른바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다만 한꺼번에 정상화할 경우 시장에 주는 충격이 클 것임을 감안해 점진적인 방식을 취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만기를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하되 한계기업은 대상에서 빼고 95%인 보증비율을 내년 상반기에는 90%로, 하반기에는 85%로 낮추는 식이다. 은행 외화채무에 대한 지급보증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보고 올해까지만 적용키로 했다.

결국 출구전략 중에서 남은 것은 '금리 인상' 뿐인 가운데 정부는 여전히 조심스런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성급한 금리인상은 어렵게 살려놓은 경기회복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재정부 관계자는 "금리 인상은 한국은행의 고유 권한이지만 경기의 불안전성이 제거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기 금리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위기 극복 이후 준비=내년 상반기까지 경제위기에 따른 비상대책이 종료되면 하반기에는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데 중점을 두게 된다.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기존 성장전략은 한계가 분명한 만큼 내수에 기반한 성장전략을 짜겠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높은 대외의존도에 따른 외부 충격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진통이 거듭되고 있는 전문자격사 시장 확대와 영리의료법인 도입 등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녹색성장산업 지원 확대와 4대강 살리기, 에너지 목표 관리제 시행 도 성장기반 확충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국제사회에 의무를 다하기 위한 해외원조자금(ODA)을 확대하려는 것은 국격(國格)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방안이다.

당장 내년에 적용되지는 않지만 국가적 현안으로 대두된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단계별·시기별 세부전략도 수립한다.

◇일자리 전망은 '흐림'=경제 회복에 맞춰 고용 여건도 일정부분 나아지겠지만 5% 내외 성장에 걸맞는 뚜렷한 개선은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정부도 내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신설하고 국가고용전략을 수립하겠다는 것도 정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전망하는 20만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려면 민간 고용이 눈에 띄게 늘어나야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일자리 나누기에 따른 신규고용 여력 감소,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능력 저하 등의 요인도 고용조건의 뚜렷한 개선을 막는 요인이다. 정부 일자리 사업의 경우는 희망근로와 청연인터 등이 상반기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하반기에는 고용상황이 더 악화될 소지도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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