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티스트 또는 행위예술가라는 낸시랭의 명함이 수용되는 현실은 곧 미술계가 경박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대학입시 위주의 미술교육, 재테크나 돈세탁 용도의 미술시장이 낸시랭을 불러냈는 지도 모른다.
낸시랭은 비키니 수영복 차림으로 몸매를 과시라도 하듯 처음 등장했다. 당시에는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인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후 수년째 예술가로서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태다. '연예인형 아티스트'를 자처, 케이블채널 홈쇼핑에서 속옷을 파는 낸시랭은 논외다.
최근의 '캘린더걸'? 미술교과서에 수록된, 달리 말해 역사로 편입된 팝아트의 선구 고 앤디 워홀의 캠벨스프캔 작업류의 리바이벌이다. 여성의 육체와 로봇의 결합이라는 '터부요기니 시리즈'? 1985년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도너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선언' 이래 숱한 여성작가들이 반복한 주제다.
한국사회는 신정아, 한젬마 등을 통해 미술계의 이면을 본의 아니게 들여다봤다. 신정아는 허위학력으로 이 바닥의 핵심으로 치솟았다가 급전직하했다. 국내 미술교육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한젬마는 미술관련 대중서적 대필 의혹에 휘말렸다. 기획상품의 ‘얼굴마담’ 노릇을 했다는 비판이다.
금의환향한 백남준이 “예술은 사기”라고 폭로한 때가 1984년이다. 이후 산천은 두 번 반이나 바뀌었다. 세계 흐름을 무시 혹은 외면한 채 시대를 역행하는 일부 '예술가'들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