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8년, 갈 길 먼 국민은행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권화순 기자 2009.11.02 15:06
글자크기

통합 8년… M&A·해외 진출 '과제' 산적

국민은행이 주택은행과의 통합 8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10년 이상 1등을 유지했던 은행이 없다는 '징크스'를 깨고 새 '역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리딩뱅크'로서 8년간 외형적인 성장이 눈부셨다. 총자산은 2배 가까이 불었고, 금융권 최초 순익 '2조원 클럽'에 가입한 뒤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해외 진출에도 힘을 쏟아 이제는 '아시아 1등 은행'을 목표로 삼고 있다.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KB금융 (75,600원 ▼1,000 -1.31%)지주 '맏형'으로 그룹 내 시너지 창출을 이끄는 게 당면 과제다. 추가적인 은행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의 디딤돌을 놓는 작업도 추진해야 한다.

◇"크면서 빠른 조직" =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2일 통합은행 출범 8주년 기념식에서 '큰 것이 작은 것을 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것이 느린 것을 먹는다'는 손자병법 경구를 인용했다. '크면서 빠른 조직' '유연한 국민은행'으로 더 빨리 거듭 나기 위해 새로운 노력이 절실한 때라는 점을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금융 산업의 대대적인 구조 변화 속에서 현실에 안주하지 말 것도 당부했다.



강 행장은 나아가 "2년을 더 채우자"고 했다. 국내 은행 중 10년 이상 1위를 지속해 온 은행이 없다는 점을 의식한 말이다. 그는 "징크스를 깨고 국내 은행의 새 역사를 써야 한다"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이 밖에도 제2의 도약을 위해 △고객 가치 증진 △임·직원 역량 강화 △최고의 충성심 유지 △존경 받는 기업으로 사회적 책임과 역할 강화 등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리딩뱅크의 자부심 = 국민은행의 총자산은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266조6000억 원. 통합 전인 2001년 156조8000억 원에 비해 1.7배 늘었다. 2005년에는 금융권 최초로 당기순익 '2조원 클럽'에 가입했고, 이후 3년 연속 2조 이상의 순익을 냈다.


2001년 말 2.51%였던 연체율과 3.56% 였던 고정이하 여신 비율이 같은 기간 각각 0.80%, 1.41%로 개선됐다. 출범 초기 덩치만 크고 실속이 없다는 부정적 시각을 불식시킬 만한 수치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선도 은행이란 입지를 굳혔다.

성공적인 8년, 갈 길 먼 국민은행


3대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으로부터 국가등급과 동일한 신용등급도 받았다. 국내 시중은행 중 유일하다.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영업 기반을 해외서도 인정받은 셈이다.

5년 간 수장으로 장수하고 있는 강 행장은 취임 후 "고객의 마음을 잡지 못한다면 리딩뱅크 위상을 곧 잃게 될 것"이라며 직원들의 획기적인 변화를 독려했다. 국민은행이 "변했다"는 것을 고객들이 피부로 절감하기 시작했고, 그 성과는 '국가 고객만족도 3년 연속 1위 은행'으로 돌아왔다.

◇은행권 재편 주인공될까= 당면 과제는 M&A다. KB금융은 지난달 29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외환은행 (0원 %)을 포함해 은행 M&A를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다가올 은행권 재편 논의의 주역이 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해외 진출도 핵심 추진 과제다. 국민은행은 카자흐스탄 뱅크센터크레디트(BCC) 지분 인수 후 금융위기 역풍을 맞아 평가손실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국가 리스크가 줄고 석유가격이 오르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현재는 수익 다각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황영기 회장 퇴임 후 새로운 지배구조를 얼마나 빠르게 안정시키느냐다. 강 행장은 최근 지주 회장을 대행하며 그룹 시너지 효과 극대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지주사와 은행의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한 사람이 겸임토록 했다. 법적으로 분리된 두 회사의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려는 조치다.

하지만 '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이상 굵직한 M&A를 강하게 밀고 나가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M&A 작업 등을 차질 없이 준비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탓이다. 이와 관련 KB금융은 지난달 29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차기 회장 인선작업에 돌입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