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 유아교육에 보다 투자를

이진수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09.10.2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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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2.0] 유아교육에 보다 투자를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자녀의 교육수준이 결정되는 경향이 강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의 강화는 크게 두가지 점에서 문제적이다.

첫째, 우리 사회가 가진 인적자원의 풀을 충분히, 그리고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우수한 자질이 있어 그 자질이 실현될 경우 우리 사회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경제적인 배경 때문에 그 실현 가능성이 제한된다면 소중한 인적자원을 실질적으로 낭비하는 것이 된다.



둘째, 우리 사회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로 사회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더 나아가 발전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 사회가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적절히 주어지고 그 결과를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구성원들의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개인의 경제적, 사회적 성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교육수준이 자신의 능력보다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 등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아질수록 그 결과를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기가 점차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사회의 가치분배체계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그에 따른 사회불안 등의 심화로 사회 전체가 활력을 잃고 정체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이처럼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자녀의 교육수준이 결정되는 경향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에 따라 국가마다 이러한 경향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 중 효과적인 것이 취학전 아동에 대한 유아교육의 강화이다.

미국의 경우 국가차원에서 경제적 취약계층의 3~5세 아동에 대해 교육과 의료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196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그 프로그램의 성과를 살펴본 연구들에 의하면 동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높아지고 사망률도 감소하며 (Ludwig and Miller, 2007, "Does Head Start Improve Children's Life Chance? Evidence from a Regression Discontinuity Design",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고등학교 졸업률이 상승하는 반면 범죄율은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Garces, Thomas, and Currie, 2002, "Longer-Term Effects of Head Start", American Economic Review).

한편, 아르헨티나의 경우 1990년대에 들어 3~5세 아동에 대한 교육기회를 확대하였는데 유아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이후 초등학교에 진학하여 성적 뿐만 아니라 생활태도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었으며 (Berlinski, Galiani, and Gertler, 2009, "The Effect of Pre-Primary Education on Primary School Performance", Journal of Public Health) 우루과이의 경우에도 유아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이후 보다 학교생활에 작 적응하고 학업성취도도 높았다 (Berlinski, Galiani, and Manacorda, 2008, "Giving Children a Better Start", Journal of Public Economics)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유아교육이 적절히 이루어질 경우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아동들이 자신의 자질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교육을 통한 사회계층의 이동 가능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는 유아 교육에 대해 보다 많이 투자할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특히,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자녀의 교육수준이 결정되는 경향이 커짐에 따라 향후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사회경제적인 비용을 고려하면 이러한 유아교육에 투자는 향후 매우 수익률이 높았던 것으로 판명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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