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부모도 수능 스트레스

이서경 푸른소아정신과 원장 2009.10.2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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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경의 행복한 아이 프로젝트]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 동안 공부하느라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데다가, 이제는 결승점을 향해 막판 스퍼트를 내야 할 때이므로 수험생들의 정신적인 피로와 긴장이 최고조에 이를 때이다. 수험생을 둔 부모도 역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다. 자녀의 기분 상태에 따라 눈치를 살피게 되고, 시험탈락에 대한 불안감과 정신적 긴장감이 쌓여 다양한 증상이 생긴다.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수험생 자녀를 둔 아버지의 67.8%, 어머니의 78.8%가 심리적 부담을 느낀다고 한다. 반면에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은 수험생과 부모 모두에게서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 수험생 본인은 ‘위축’, 어머니는 ‘인내’, 아버지는 ‘재충전‘으로 해결하려는 성향이 많다고 한다.



특히 부모들은 경쟁과 평가가 계속되는 수험생활의 특성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자율신경계 부조화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자율신경계 부조화와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신체의 항상성이 무너지고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흔히 발생하는 증상으로는 두통과 같은 신체 통증,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거나 소화가 안 되는 등의 신체 증상이 있다. 검사를 해 봐도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 신체 증상은 지속되는 것이다. 또한 불안감, 초조, 불면증 등이 올 수 있고, 자녀의 성적 하락이나 짜증 등에 대해 한 순간 마음이 약해져 ‘내가 쓸모없는 존재인가?’ 하는 허탈감, 우울감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수험이라는 스트레스 사건이 이러한 증상을 직접적으로 유발하기보다는, 개인이 이를 어떤 마음을 가지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영향을 더 받는다는 것이 여러 연구의 결론이다.

따라서 수험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이러한 스트레스를 지긋지긋하고 빨리 벗어나야할 지독한 것으로 보지 말고,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고맙고, 재미난 도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험생 부모가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첫째, 지나친 욕심이나 체면을 버리자. 혹시 내가 자녀를 통해 나의 잃어버린 꿈을 실현하고자 하거나 이웃이나 친척들의 눈치 때문에, 남들 보기 창피해서, 남들의 기대 혹은 나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자녀에게 좋은 성적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자.

둘째,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마음에 새기자. 도저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어두운 밤도 바른 마음과 자세로 최선을 다해 기다리면 환한 아침이 오는 것처럼 마음의 평정을 잃지 말고 최선을 다하되 그 끝은 하늘에 맡기면 한결 마음이 편해지고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셋째,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가정에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자. 걱정하고 불안해한다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려울 때일수록 위대한 긍정의 힘을 믿어야 한다. 이병철 회장은 “힘들어도 웃어라. 신도 웃는 자를 좋아한다.”고 하였고, 정주영 회장도 “나는 무슨 일을 시작하든 ‘된다’는 확신 90%와 ‘반드시 되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 10% 외에 ‘안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단 1%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넷째, 수험 스트레스 극복을 위해서는 가족의 화합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 국내 연구에서도 수험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부모가 지배적 성향을 줄이고 가족이 화합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하였다. 자녀는 위축되고, 엄마는 참고 견디고, 아빠는 모른 척 하거나 훌훌 털어 버리는 각개 전투보다는 온 가족이 함께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고 생각하고 단합하여 서로 위로와 관심을 건네고,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끝으로, 좋은 성적으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간 자녀의 모습을 자꾸 상상하거나 책상 앞에 사진이나 글귀를 붙여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잠깐의 여유시간을 통해 장기간의 레이스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것도 좋다. 편안한 음악이나 그림, 혹은 자연 등을 접하면서 긍정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자꾸 다잡아 스트레스를 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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