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주의자(?) 정운찬을 위한 변명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2009.09.1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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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 엘리트학자와 현실정치

기회주의자(?) 정운찬을 위한 변명


정운찬 총리후보자는 대망을 이룰까? 그의 총리내정에 정가는 허를 찔린 듯 했다.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의 입성이 가장 유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선진당 이회장 총재는 결사적으로 심 전대표의 총리행을 막았다. 결국 청와대는 ‘정운찬’을 도모했다.

그는 ‘중도강화·친서민 정책’에 부합하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일방독주’를 끊어줄 충청출신 주자라는 점에서 기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살갑지 않은 분위기도 있다. 당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딱 1년 정도 쓸 불쏘시개일 뿐이다”라며 찬 물을 끼얹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아군을 빼앗겼다’는 울분이 나온다.



정 후보자는 10여 년 전부터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끊임없이 영입 제의를 받아왔다. 2007년 대선 과정에서는 민주 개혁진영의 대선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2007년 4월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치세력화를 추진할 능력이 부족하다”를 이유를 들었다.

당시 민주당 등 민주개혁 진영에서 그에게 적극적인 구애의 손길을 내민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복잡한 대권 함수를 감안하면 그가 범민주계 대선후보로 확정될 것이란 보장은 없었다. 자칫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이용당하고 쓸쓸히 퇴장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었다.



◇“정치 세력화를 추진할 능력이 부족하다.”

과거에도 국민의 존경을 받던 헌법학자 고려대 유진오 총장도 정치판에서 무참히 부셔졌다. 2007년 대선전에서도 대세론을 구축했지만 확실한 정치세력을 확보하지 못한 고건 전 총리가 스스로 대권열차에서 하차했다.

정 후보자 역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총리 내정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과거 2년 전 대선후보로 거론된 적은 있지만 민주당 후보로 거론된 적은 없다. 출마를 고려하지 않은 것 아니지만 당시에 어느 당 후보로 나설 것이라는 생각을 밝힌 적은 없다”고 말했다.


사실 그랬다. 그래서 “정 후보자에게 속은 것 같다”는 민주당의 이강래 원내대표 불만은 어폐가 있다. 하지만 개운치는 않다. 그가 한나라당의 후보로는 가당찮았기 때문이다. 또 총리 퇴임 후 대권도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은 전혀 없다. 대통령을 보필해서 경제를 살리고 사회통합을 이루는 게 우선이다”며 정치적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정 후보자가 총리직을 원활히 수행한다면 차기 대선 판을 뒤흔드는 핵뇌관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친 이계(친 이명박 대통령) 주류 내부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할 ‘대항마’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논문 문제를 비롯해 재산과 정체성 논란에 ‘송곳’ 검중은 얼마든지 용납된다. 그러나 그를 변심한 기회주의자처럼 모는 것은 무리다.

◇황희와 맹사성 정승은 위민(爲民)하고 청렴해

세상만사는 늘 변화 속에 있다. 더구나 살아있는 생명은 반드시 변하기 마련이다. 진화론 자체가 모든 생명은 변한다는 사상에 기초하고 있다. 변하지 않는 게 이상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도 변심(變心)하고 변신(變身)한다. 어떤 면에서는 모두가 기회주의자다.

세종대왕 때 태평성대를 이끈 두 청렴한 재상이 황희와 맹사성이다. 두 분 다 고려의 신하였지만 조선을 일으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말하자면 그들은 변심한 기회주의자일 수 있다. 하지만 두 분을 그렇게 볼 수없는 이유는 위민(爲民)의 삶이었으며 청렴(淸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 후보자의 위민과 청렴을 살펴보고 지켜봐야 한다. 그는 서울대 총장시절 대학자율화로 당시 대통령과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여 인지도를 높였다. 하지만 그것은 대학 일이었다. “절대 불리한 것을 거스르며 과감하게 배팅하지 ! 않는다.” 그의 경기고 동문의 평이다.

성공한 엘리트 학자에서 현실의 리더가 되기는 쉽지 않다. 한 언론인 말대로 강의실에는 신음이나 비명이 없지만 사회에는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직과 돈을 함께 성공적으로 경영한 이상주의자는 자고로 없었기 때문이다.(한국CEO연구포럼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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