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타기 잘 하면 '편한 길'이 훤해져요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09.09.1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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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갈아타기의 기술/ 대중교통

서울 강서지역에서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K씨는 3년 전부터 자가용을 폐차시키고 '뚜벅이족'이 됐다. 매달 30만원가량 하는 유류비와 20만원가량의 주차비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운전하면서 쌓이는 피로와 대중교통과 비슷한 시간이 드는 것도 K씨가 뚜벅이족을 결심한 중대한 이유다.

승용차로 출퇴근할 때보다 편한 때도 있지만 콩나물시루 같은 만원버스나 '지옥철'을 탈 때면 다시 오너드라이버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래저래 힘든 출퇴근을 경험하면서 K씨는 자연스레 출퇴근 생존 노하우를 체득하게 됐다. 대중교통 갈아타기 노하우다.



“조금만 찾아보면 대중교통을 보다 잘 이용하는 길이 있다”고 말하는 갈아타기 고수들의 노하우를 들어보자.

갈아타기 잘 하면 '편한 길'이 훤해져요


◆퇴근 시에는 다양한 루트로



건설회사에 다니는 K씨의 출퇴근 코스는 가양동에서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까지다. 이전까지는 1시간은 기본이고 2시간30분까지 걸리는 죽음의 코스였다. 하지만 지하철 9호선이 뚫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급행열차를 타면 25분, 보통열차를 타도 40분이면 주파한다.

K씨가 이용하는 양천향교역은 급행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정거장이다. 급행열차를 타기 위해서는 한 정거장 더 가야한다. 열차시간을 고려해 환승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퇴근 시에는 급행을 고집하지 않는다. 급행열차는 타려는 사람이 많아 불편하게 가야 하지만 일반열차는 좌석이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급행열차를 타면 한번 갈아타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배차간격을 고려하면 급행이나 일반이나 시간은 10분 내외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가까운 거리를 잘 가려하지 않는 택시 이용도 그만의 노하우가 있다. 승차 전에 “현금으로 드릴께요”라고 외치면 승차거부를 거의 피할 수 있다는 것. 택시기사가 카드 수수료 부담 탓에 카드손님은 꺼리지만 현금손님은 환영한다는 것이 이유다.

버스에서 중간에 잠깐 내려야 할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K씨는 추가요금을 내지 않는다. 샌드위치 방식으로 중간에 다른 버스를 한번 이용하기 때문이다. 같은 버스를 다시 타면 요금이 발생하지만, 중간에 다른 버스로 환승했다가 다시 처음 탄 번호의 버스를 타면 거리 요금만 발생한다.



광역버스 이용 시에는 버스정류장을 우선 파악한다. K씨가 이용하는 강남역 광역버스는 회차하는 차량이 많아 진행방향 반대편을 이용하면 편하게 갈 수 있다. “몇백 미터만 더 걸어도 사람이 몰리는 버스정류장을 피할 수 있다”는 귀띔이다.

◆갈아타는 차량 위치 확인하면 한결 수월

“피자집 전화번호 아닙니다”



중랑구에 사는 광고회사 직원 Y씨의 휴대전화에는 1577로 시작하는 번호가 저장돼 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버스운행관리시스템(BMS)의 전화번호(1577-0287)다. 자주 찾는 정류장과 버스가 입력돼 있어 사용도 어렵지 않다. 1번은 집 앞에서 타는 1227번 지선버스, 2번은 환승역인 청량리에서 회사까지 가는 260번 간선버스 식이다.

Y씨는 집 밖을 나오면서 전화부터 한다. 배차간격이 불규칙하고 길기 때문에 버스가 늦게 올 것 같으면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40분 이상 버스를 기다리고 난 뒤 생긴 생활 습관이다.

환승역 두세정류장 앞에서도 종종 사용한다. 집 앞까지 가는 버스가 한참 뒤에나 온다면 환승역에서 내리지 않고 집 근처에서 내려 걷는 길을 택한다.



하지만 Y씨는 “버스운행관리시스템을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간혹 잘못된 정보를 주는 경우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통신비용도 걸림돌이다. Y씨는 정액요금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통신요금에 부담이 거의 없는 편이지만 사용환경에 따라 버스도착 정보에 비용을 낭비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람이 조금 붐비더라도 도착예정시간을 알 수 있는 단말기 정류소(BIT : Bus Information Terminal)를 자주 이용한다. 통신비용을 들이지 않고 다음에 올 버스를 보고 상황에 따라 버스를 골라 탈 수 있다.

ARS나 BIT 외에도 인터넷(http://bus.seoul.go.kr), 모바일(287+nate, show, ez-i 등 인터넷키), PDA(mobile.bus.go.kr/pda) 등을 통해 버스도착 예정시간, 막차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갈아타기 노하우는 지역민에게 들어라

공무원 E씨는 2주에 한번씩 부모님이 계시는 천안을 다녀온다. 천안은 경부선과 전라선 모두 운행하기 때문에 차편이 많지만 E씨는 항상 서울-신창 구간을 운행하는 누리로를 이용한다. 다른 열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탑승자가 늘어 불편하지만 누리로는 구간이 짧아 탑승자가 줄어드는 까닭이다.

6월부터 운행한 차량이라 깨끗한 것도 이용하는 이유 중 하나다. 게다가 천안역에 하차하면 기차 플랫폼이 아닌 전철 플랫폼에서 승하차할 수 있어 버스로 갈아타기 수월하다.



E씨는 부산에서 KTX를 타고 일산을 갈 때도 서울역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렸다. 행신역까지 운행하는 열차가 있다는 것을 친구가 알려줬기 때문이다. 2시간 이상의 열차간격을 감안해 열차시간표도 챙겼다. E씨는 행신역에서 친구의 아파트 단지 앞까지 가는 최상의 갈아타기 노선을 종종 이용하고 있다.

E씨의 또 다른 노하우는 도로 갈아타기다. 수도권 주요 간선도로를 다니다 보면 걸핏하면 막혀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불합리하게 요금을 부과하는 곳이 있는데 이런 곳들을 피하는 길이 있다는 것.

예컨대 45번이나 6번국도를 이용하기 위해 올림픽대로에서 강동대교를 이용해 토평IC로 나가면 통행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강변북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또 인천에서 서울 진입 시 처음부터 경인고속도로를 이용하기보다 서울외곽순환도로에서 진입해 서운분기점에서 경인고속도로로 빠지는 것이 톨게이트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노하우다.

E씨는 “초행자가 잘 모르는 노선이 의외로 많다”며 “주로 그 지역 사람들에게 정보를 듣는다”고 말했다.

◆지도를 보면 길이 보인다



그렇다면 남들보다 싸고 편하면서 빠르게 이동하는 기초적인 방법도 있을까? 교통전문가 한우진 씨는 “지도를 즐겨 보라”고 충고한다. 대중교통 노선도는 단순화한 그림일 뿐 실제와는 차이가 있어 멀지만 가깝게 보이고 가깝지만 멀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남에서 건대를 가려면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하지만 잠실까지 우회하는 노선이기 때문에 7호선 이용을 적극 고려하는 것이 좋다. 또 3호선은 강남 일대를 두루 다니는 노선이지만 크게 우회하기 때문에 지선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시간 단축에 유리하다.

또 경의선 서울역이나 지하철 서울역, 1호선 노량진역과 9호선 노량진역 등은 환승구간은 길지만 추가 비용 없다는 점도 유용하게 이용하는 지식이다.



한씨는 “무조건 지하철만 고집하기보다 적절하게 갈아타기를 시도하면 빠르고 편리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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