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험에 든 달러화…中·日 "주도권 잡자"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2009.09.0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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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통화다각화 및 공동통화 대비해야"

기축통화로서 미국달러화가 다시 시험에 들었다.

기축통화 논의는 지난 3월 중국 인민은행(중앙은행) 총재가 직접 나서 기축통화체제를 달러 중심에서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으로 옮겨야 한다고 피력하면서 불붙었다. 그 후 잠잠해졌지만 최근 논의가 조금씩 재개되는 모습이다. 중국정부 차원에서 기축통화추진팀을 꾸린게 도화선이 됐다.

여기다 54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일본 민주당 주역들이 달러중심의 글로벌 금융체제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총리로 임명될 하토야마 대표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이번 위기는 냉전 이후 미국이 추진한 시장원리주의와 금융자본주의의 파탄이 초래한 것"이라 했다.



민주당 재무통인 나카가와 의원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달러위주의 외환정책에 반대하고 외환보유액 투자처를 미국채에서 IMF 채권으로 점차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일본은 미국채 보유규모로 세계 다섯손가락 안에 꼽힌다.

시장에선 하루 아침에 엔화나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자리잡을 거라곤 생각치 않는다. 빨라야 수십 년이다. 세계 금융기관에서 지급결제를 할 수 있을만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서다. 당장 무역결제시스템이 바뀌면서 혼란이 불거지면 어느 나라에도 득이 될 수 없다. 각국이 가진 위안화나 엔화 보유규모도 달러에 턱없는 수준이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경우 해외금융기관들이 위안화를 예치할 만큼 거래시스템이 좋지 않다"며 "또 중국은 경제개발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수출비중이 커서 무역수지 적자를 무릅쓰고라도 위안화를 공급할 만큼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때문에 기축통화를 향한 각국의 도전장은 표면적이라기보다 전략적 의미로 읽힌다. 금융위기 진원지였던 미국을 압박하고 위기 후 금융시장에서 주도권을 쥐면서 영향력을 키우겠단 의도다.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있다. 미세한 변화는 감지된다. 아직 보편화하진 않았지만 중국이 국경무역에서 결제통화로 위안화를 사용하기로 했다. 달러 중심에서 벗어나 통화다각화나 경제블록화도 꾸준히 거론된다.


국내에서도 조금씩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토야마 대표가 아시아 공동통화론을 꺼내든 게 어떤 논의를 이끌어낼지도 관심이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당장 기축통화체제가 변하긴 어렵겠지만 통화다각화나 아시아 공동통화 논의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 만큼 한국도 해당국가와 무역결제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대비책을 마련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외화자산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64.5%고 기타통화는 35.5%였다. 전년보다 달러는 0.1%포인트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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