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회장, 사상 초유 '중징계' 논란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박재범 기자 2009.08.1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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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O·CDS 투자손실 입은 다른 은행 징계 가능성도 주목

황영기 회장, 사상 초유 '중징계' 논란


금융당국이 황영기 전 우리금융 (11,900원 0.0%) 회장 겸 우리은행장(현 KB금융 회장)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적잖다. 무엇보다 예상을 뛰어넘는 징계수위라는 점에서 그렇다. 금융권 안팎에선 황 회장에게 제재가 가해져도 '경징계'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당국은 '직무정지 상당'이란 카드를 꺼냈다. 이 방침이 확정되면 황 회장은 KB금융 (82,500원 ▲700 +0.86%) 회장직 연임이나 이후 재취업이 어려워진다. 당국이 내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배경을 두고 여러 말이 오간다. 파장이 상당할 것이란 걱정도 나온다.



◇"리스크 관리 소홀"=당국은 공식적으로 말을 아꼈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언급을 삼갔다. 그러면서도 중징계의 불가피성을 넌지시 설명했다. "투자절차에 문제가 있었고 투자 때 리스크관리시스템을 제대로 안갖췄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종합검사를 통해 우리은행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에 모두 81건, 18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는데 리스크헤지가 없었던 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내부규정 수정 등 절차상 문제점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징계 적정한가=전·현직 은행장이나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직무정지 상당의 제재가 내려지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간 가장 무거운 제재는 2004년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에게 내려졌다. 김 전행장은 '분식회계' 혐의로 '문책적 경고'를 받고 연임에 실패했다.

황 회장에 대한 징계수위를 놓고 반론이 만만치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더구나 시스템에 따른 투자인데도 절차를 문제삼는 게 적절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황 회장이 우리은행장에서 물러난 후에도 투자가 이뤄진 게 한 예다.

황 회장 측은 재임 당시 투자손실이 없었고 우리은행 순익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퇴임 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러온 손실을 들어 재임 때 실적을 문제삼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것이다.


◇제재절차는=황 회장의 운명은 오는 9월3일로 예정된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이 결과는 이어 금융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돼 확정된다. 황 회장에게는 각 위원회에 참석해 소명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는 금융위 제재안에 불복하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소송을 제기해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제재조치일로부터 4년간 금융사 임원으로 선임될 자격을 박탈당한다. KB금융 회장 임기가 끝나는 2011년 9월29일 이후 다른 금융사로 자리를 옮길 수 없다. 제재가 현실화되면 KB금융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황 회장에 대한 중징계로 은행권에 유사한 제재가 잇따를 가능성도 있다. CDO와 CDS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곳 들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두 상품에 투자한 곳은 7개 은행이다. 우리·신한·농협 등은 최근 종합검사를 받은 탓에 수위의 문제지 다음달 3일 어떤 식으로든 제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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