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농수산물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집중 호우로 채소 출하량이 줄면서 12일 기준 상추(100g)와 깻잎(200g) 가격이 한달 새 각각 79.8%, 42.8% 급등하는 등 채소값이 크게 올랐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삼겹살(500g)도 한 달 만에 7.5% 뛰었다.
가계가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앞으로 더욱 높게 느껴질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이 오는 17일부터 설탕값을 평균 8.9% 인상키로 한 가운데, 설탕가격과 연동되는 빵과 음료수, 과자 등 관련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될 공산이 크다.
내년은 더욱 문제다. 올 4분기 이후 예상대로 경제회복이 본격화될 경우, 수요증가로 인해 경제 전반의 물가가 '우후죽순' 식으로 고개를 들 가능성이 높다.
내년 국민건강보험료와 월 360만원 이상 소득자에 대한 국민연금 보험료의 대폭적인 인상이 예정돼 있고, 유가상승에 따라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시장에 투입된 풍부한 유동성 역시 물가불안에서 벗어나기 힘든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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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잡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해 유동성을 흡수해야 하지만, 자칫 회복기미를 보이는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당장 기대하기 어렵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물가당국도 이같은 물가 추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동기대비 1.6%에 그치며 9년 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이는 '기저효과'에 의한 '착시'라는 점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지표상 물가는 매우 안정된 상황이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공공요금 인상억제 등을 제외하면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부당국이 최근 서울지역 전세값 등 부동산시장 가격상승에 깊은 우려를 보이고 있는 것도 물가와 관계가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품목별로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가중치를 따져볼 때 전세가격이 전체의 6%로 가장 크고, 그 다음이 월세(3%)와 휘발유(3%)의 순"이라며 "물가에서 집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이 조사한 7월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지수와 전세지수는 한달 만에 각각 0.9%, 0.7% 상승했다.
그러나, 거시경제 전반을 고려할 때 아직 물가에 대한 걱정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총수요가 물가상승 압력을 일으킬 만큼 늘어나지 않았고, 유가 역시 고개를 들고 있지만 전년동기대비 50%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물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총수요, 환율, 유가로, 이들이 아직 물가상승을 야기할 상황이 아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