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주민제안 방식 재건축·재개발에 제동을 건 것은 주택정비사업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주민제안형 정비사업이 지나치게 수익성을 위주로 이뤄지다보니 도시기본계획 틀이 무너지는 등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재정이나 행정력, 충격완화수단 등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정 법안이 시행, 문제점도 많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추진위원회가 설립됐더라도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사업장은 시장·군수·구청장 등이 정비계획을 마련해 줄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주민들 의사와 관계없이 구청장 재량에 따라 사업이 빨라지거나 늦어질 수 있다. 단독주택 재건축이나 재개발 추진 단지도 마찬가지다.
◇재정·민원 등 문제 많아…형평성 논란도 걸림돌=가장 큰 문제는 재정이다. 시장·군수·구청장 등이 정비계획을 수립하려면 용역비 등 재원이 필요해서다. 서울시 등 재정이 넉넉한 지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전국 대다수 지자체가 이 대목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 A시 관계자는 "도정법 개정 취지는 좋지만 부족한 예산에 허덕이는 지자체 현실을 무시한 조항"이라며 "1년에 1~2개 사업장이라면 몰라도 현재 예산으로는 해당 사업장의 정비계획을 세우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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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계획을 수립하더라도 주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기반시설 확충 등 비용 부담이 클 경우 주민들이 정비계획을 받아들이 않고 잇따라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지별 정비계획수립 시기를 둘러싼 사업성·형평성 논란도 걸림돌이다. 지자체가 노후도를 기준으로 정비 계획을 세워도 주민들이 원치 않으면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반면 노후도·안전성 등에 문제가 없어서 정비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는데도 주민들의 민언에 시달릴 수도 있다.
일부 지자체는 개정법안이 시행되기도 전에 정비계획수립 업무를 포기하겠다는 속내를 비치기도 했다. 지방 B시 관계자는 "정비계획수립 시기를 앞당겨 정하고 1년이 지날때까지 계획을 내놓지 않으면 그만"이라며 "주민들은 지금처럼 직접 정비계획을 마련해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