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제안 재건축·재개발 전면 폐지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2009.08.0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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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법 개정안 오는 7일 시행… 주민 주도 정비사업 길 막혀

오는 7일부터 주민들 스스로 주택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는 '도시정비사업 주민제안제'가 사실상 전면 폐지된다. 사업 초기 단지의 경우 시장·군수·구청장 등이 정비계획을 세우기 전까지는 주민 주도로 재건축·재개발할 길이 없어 파장이 일고 있다.

2일 국토해양부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개정으로 이달 7일부터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구역지정 및 계획수립 등을 반드시 시장·군수·구청장 등이 추진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각 시·도 조례(일부 지자체 제외)에 따라 해당 주민들이 직접 정비계획을 마련하는 '주민제안형' 재건축·재개발을 허용해 왔다.



이번에 시행되는 법안은 '정비계획의 수립 및 정비구역의 지정'과 관련한 4조 3항이다. 이 항목은 '토지 등 소유자가 각 호에 해당할 경우 시장·군수·구청장 등에게 정비계획 입안을 제안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지난 2월6일 신설됐다.

3항이 규정한 각 호는 △지자체의 단계별(10년 기본계획, 1~3단계) 정비사업추진계획이 1년 이상 지났는데도 수립되지 않았을 경우 △토지 등 소유자가 주택공사 등을 사업시행자로 요청하고자 하는 경우 △대도시가 아닌 시 또는 군으로서 시·도 조례로 정하는 경우 등이다.



4조 3항은 얼핏 보면 주민들의 정비계획 제안이 가능하도록 명문화한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각 호 중 해당 사항이 없으면 정비사업을 제안할 수 없다는 얘기다. 각 시·도 조례로 주민제안 정비사업을 허용하니 수익성 위주의 정비사업이 우후죽순 이뤄져 도시 난개발 등 문제가 있다는 국토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예를 들어 강남구가 A아파트와 B아파트의 정비계획을 각각 오는 2013년, 2015년까지 수립하기로 했다면 주민들은 해당 시점까지 기다려야 한다. 당초 약속한 시점에서 1년이 경과해 각각 2014년, 2016년이 됐는데도 강남구가 정비계획을 수립해주지 않으면 그때는 주민들이 주도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만약 B아파트가 2015년 이전에 재건축·재개발을 하려면 주공 등 공공기관에 사업 시행권을 넘겨야 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주민들 의사에 따라 민간 주도로 진행돼 온 재건축·재개발 사업 구조가 공공 중심으로 바뀔 전망이다. 특히 오는 6일까지 정비구역지정 신청을 하지 않은 초기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시장·군수 등 정비계획 수립권자가 정비계획을 마련해줄때까지 사업이 묶일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재개발 조합 및 건설업계는 도정법 신설법안이 국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공공의 권한을 지나치게 강화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중인 강남 C아파트 주민은 "서울의 경우 정비사업 주민제안 폐지에다 공공관리자제도 도입으로 사실상 모든 정비사업이 공공사업화된 셈"이라며 "시공비용 등 부담금을 전부 대줄 것도 아니면서 사업 전 과정을 관리하는 것은 명백한 재산권 침해"라고 말했다.

D건설 관계자는 "도정법 4조3항 외에도 공공의 개입을 허용하는 다른 조항이 이미 시행되고 있지만 재정·행정력 부족 등으로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공공과 주민간 갈등이 커져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법이 바뀐걸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정비구역지정을 신청하려는 초기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많아 정비업계가 들썩이고 있다"며 "서울시는 미리 조례를 폐지해 큰 혼선이 없지만 경기·인천 일대 아파트들은 서둘러 정비계획수립 작업을 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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