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LG파워콤 지분 매각 속내는?

더벨 하진수 기자 2009.07.24 09:17
글자크기

데이콤 압박용 카드 확보...매각 성사 여부 미지수

이 기사는 07월21일(15:3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국전력공사(KEPCO)가 보유하고 있는 LG파워콤 지분 38.8% 중 19.4%를 매각키로 결정했다. 한전은 최근 이사회를 통해 이 같은 방침을 정하고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구체적인 매각 시기와 방식에 대한 조율작업에 들어갔다.



사실 한전의 파워콤 지분 별도 매각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한전의 보유 지분 매각에 있어서 강력한 원매자로 거론되던 LG데이콤이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해왔기 때문이다.

한전은 그동안 파워콤의 주가가 현재 장부가(7577원) 이하로 내려가 있는 만큼 주가 하락분에 해당하는 프리미엄이 담보돼야 지분 매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파워콤의 주당순자산가치(BPS)약 7700원을 기준으로 10%~20%의 프리미엄을 고려해 산출해보면 한전이 원하는 처분가격은 8500원~9300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당장 35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해야할 처지에 놓인 데이콤은 지분 인수에서 방향을 선회했다. 일단 한전의 동의를 얻어 합병에 성공한 후 추후에 파워콤의 지분을 매입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

결국 데이콤의 적극적인 의지가 엿보이지 않자 한전측에서는 지분 공개매각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분석이다.


한전의 이번 지분 공개매각 방침은 파워콤과 데이콤의 합병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파워콤의 한전 장부가와 현재 주가 간의 괴리 현상은 데이콤과 파워콤 간의 합병에도 걸림돌로 작용해왔기 때문이다.

데이콤을 압박할 수 있다는 카드를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이번 매각 결정은 한전에 유리해 보인다.



공개 매각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군은 전략적투자자(SI) 보다는 재무적투자자(FI) 위주로 꾸려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KT나 SK로의 매각에 대해 한전과 데이콤이 협약을 통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었다는 점이 그 근거다.

지분 인수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향후 데이콤에게 재매각을 요구할 경우 합병이 절실한 LG그룹 입장에서는 이들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콤으로서는 현재 한전과 막판 협상을 통해 대안을 모색할지, 추후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파워콤의 지분을 되사올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한전의 공개매각이 성사될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전이 해당 지분을 현 주가 수준에서 매각할 것인지 아니면 다소의 처분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지분 조기 매각에 나설지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전이 기존의 입장대로 현 주가 수준 이하로는 절대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할 경우 원매자 찾기가 힘들수도 있다.

공공성을 배제한 채 지나치게 수익에만 치중한다는 비난도 한전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데이콤이 파워콤과의 합병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제3자에 매각하는 것은 민간의 합병비용을 과도하게 올릴 여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데이콤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며 "이달 중 매각 공고를 내고 세부사항을 결정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