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해가 사라진 국회

머니투데이 백진엽 기자 2009.07.2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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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해가 사라진 국회


61년만에 달이 해를 삼키는, 이른바 하늘에 해가 사라지는 일식을 22일 한국에서 볼 수 있었다. 지금이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천문현상의 하나임을 다들 알지만, 옛사람들은 일식을 하늘에서 해가 사라졌다며 불길한 징조로 여겼다.

과학적으로 전혀 개연성은 없지만, 이날 찾아온 일식은 한국에 불길한 조짐이었다. 국회가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실망감을 던져준 것이다. 하늘에서 사라졌던 태양은 2시간정도 후에 다시 나타났지만, 국회에서 사라진 태양은 당분간 보기 힘들 듯 싶다.



이날 오전 미디어법으로 팽팽히 대치하던 국회는 한나라당의 협상결렬 선언과 의장석 점거, 민주당 대표들의 사퇴선언과 본회의장 입구 봉쇄,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선언 등이 이어졌다.

김 의장의 직권상정 선언은 도화선에 불을 붙인 셈이 됐다. 의장석 점거와 회의장 봉쇄로 맞서고 있던 여야는 직권상정 선언 이후 직권상정 준비와 저지를 위해 수차례 몸싸움을 벌였다.



요새 잘나간다는 막장드라마에서도 듣기 힘든 적나라한 욕설이 오가고, 진입과 저지 사이에서 밀고 당기면서 몇몇이 넘어져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뻔도 했다. 가히 납량특집 폭력액션 영화라 부를만 하다.

하지만 신선하지는 않다. 이미 국민들은 지난해 12월 외통위 폭력 사태 당시에도 한차례 경험했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수차례 반복해서 상영된 시리즈물이다. '폭력국회1', '폭력국회2' 등으로 제목을 붙여 영화화했다면 아마 10편은 넘었을 것이다.

일식은 불길한 조짐이다. 하지만 가끔 찾아온다. 상당수 사람들이 일생에 한두번 정도밖에 보기 힘들다. 때문에 사람들은 신기하게 쳐다보게 된다.


국회는 첨예한 사안을 가지고 대립하는 조직들로 구성돼 있다. 때문에 마찰, 때로는 파행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잦아서는 안된다. 일식처럼 60년에 한번은 힘들더라도 그 10분의 1인 6년만에 한번 정도만 봤으면 하는 바람은 너무 '이상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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