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 프로그램, 맛만 보여줬을 뿐인데…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9.07.21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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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익거래 환경 개선, 증시 레벨업 촉매 가능

증시가 예상보다 큰 폭의 상승을 보이며 박스권 상단을 단숨에 돌파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 모두 증가하는 장대 양봉을 형성하며 기술적 흐름도 추가 상승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전일 미국 시장은 6일째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이어지는 기업들의 '깜짝실적'에 따라 심리가 크게 개선된 상황에서 수급까지 더해지는 모습이다.

수급상 외국인이 대규모 매수를 재개하는 모습이다. 외국인은 최근 4일간 거래소 시장에서 1조7000억원어치 주식을 쓸어 담았다. 소 닭보듯 하던 코스닥시장에서도 나흘간 매수 행진을 벌였다.



외국인과 함께 전일 시장에서 수급의 수훈갑은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은 8일만에 대규모 순매수로 돌아섰다. 4222억원 순매수로 지난달 30일 이후 최대 규모였다. 이 때문에 프로그램이 증시의 추가 랠리를 이끄는 수급 주체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지난달부터 프로그램의 대규모 매수에 대한 기대감은 형성돼 있었다. 매수차익잔액(주식매수-선물매도)가 6조원 이하로 감소했고 매도차익잔액(주식매도-선물매수)는 4조7000억원 수준까지 증가했기 때문이다. 경험상 최소 및 최대 수준까지 이동한 차익거래 환경은 '조건만 갖춰지면' 언제든지 쏠 수 있는 대규모 실탄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좀처럼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았다. 차익거래의 전제조건인 베이시스(현물과 선물간 가격차)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이시스가 마이너스를 보이면(현물이 선물보다 비싼 상태)가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는 거래가 발생하는데 베이시스는 6월 이후 대부분 마이너스 상태였다.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베이시스가 플러스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그동안 선물시장에서 기록적인 순매도를 누적해 왔다. 수정 포지션 기준으로 5만9000계약까지 매도 계약을 쌓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베이시스가 좀처럼 개선되지 못했다. 하지만 외국인이 매수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외국인은 전날에는 순매수와 순매도를 오가다 순매도로 마감했지만 앞선 4일간 2만2874계약 순매수했다. 이중에는 최근 단기적으로 매도했던 세력의 환매도 있지만 일부는 그동안 매도 계약을 누적했던 세력의 손절매성 매수도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도 계약을 쌓고 있던 외국인들이 포지션을 청산하기 시작하면 대규모 매수가 유입될 수 있다.


다만 전날 베이시스 개선 수준은 본격적인 차익매수 유입을 불러오기에는 미약한 수준이다. 이론 베이시스보다는 낮았기 때문이다. 4000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아직은 맛만 보여준 수준이라는 얘기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베이시스 개선에 비해 프로그램 매수 규모가 많은 편이었다"며 "차익거래를 하는 세력들이 일부 분할 매수를 한 수준이며 이론 베이시스를 넘어서면 본격적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시스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선물시장의 상승폭이 현물시장을 압도하거나 아니면 현물시장의 상승 강도가 둔화돼야 한다. 현 시점에서 볼 때 두가지 모두 가능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기록적인 매도 포지션을 누적해 왔던 외국인들의 평가손실이 불가피한 수준까지 선물지수가 상승했다. 외국인은 최근 매수에도 불구하고 약 3만5000계약 안팎의 매도 포지션을 갖고 있으며 매도 시점의 지수는 아무리 높게 잡아도 180선을 넘지 않는다. 지수는 이미 190선을 넘어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상당한 평가손실이 발생한 상태라는 얘기다. 결국 손절매(선물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단기 급등에 따라 현물시장이 조정을 받더라도 선물시장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등 대형주들의 수익률이 좋았던 만큼 지수가 하락한다면 이들 종목의 약세가 두드러질 수 있다"며 "이 경우 오히려 선물 베이시스가 개선될 수 있어 당분간 차익거래는 시장에 긍정적인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시스가 개선돼 차익거래가 본격적으로 매수로 전환될 경우 최소 4조원, 많게는 6조원 정도까지 주식을 매수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 시각=증권사들은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나

증시가 박스권 상단을 강하게 상향 돌파하면서 증권가의 시각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박스권 돌파를 믿어도 되는가, 즉 일시적인 돌파가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박스권을 돌파한 지금의 투자전략은 무엇인가하는 점이다.

종합해 보면 지금의 박스권 돌파가 일시적이기 보다는 추가 랠리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리투자증권은 "2차 랠리는 이제부터 시작이며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투자증권이 제시한 하반기 목표 지수대인 1590선을 이번 랠리에서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증권도 2개월 이상 상승한 주가가 거래량 증가와 함께 장대양봉으로 박스권을 상향 돌파했다는 점은 주가의 추세적 상승을 논의하기에 앞서 한 단계 레벨-업 됐음을 의미한다며 기술적 분석상 기존의 저항선이 돌파된 이후 이는 지지선 역할을 하게 된다는 기본 원칙에 입각한다면, 지수는 상향 조정된 새로운 지수대로 진입했다는 판단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위험선호 심리가 강화됐고, 증시 모멘텀이 경기에서 실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기술적 측면에서도 박스권 상단 돌파가 추세 반등을 연장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매수 지속은 안전자산에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위험자산 선호로의 변화를 시사한다며 기술적으로 지난해 3월 베어스턴스 파산 당시 저점인 1537p를 1차 목표로 설정한 상승흐름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시장대응전략에서는 업종별, 종목별 차별화 장세에 맞게 대응할 것으로 주문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단기적인 측면에서는 급등에 따른 부담, 국내외적으로 저항권에 도달하고 있는 현상 등을 고려할 때 시장보다는 업종별, 종목별 대응강화를 통한 수익률 극대화
전략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시장의 상승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IT, 자동차, 금융업종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추세매매전략이 유효해 보이지만 지금까지 소외되었던 중소형주, 낙폭과대주에 대해서도 순환매를 전제로 한 단기 트레이딩 전략을 고려해 볼 만한 시점이라고 권고했다.



현대증권은 이번 주 기업실적 및 매크로 지표 발표가 예정되어 있지만, 전반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에 여전히 주식보유의 관점에서 시장 대응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다만 증시 일정을 고려할 때 이번 주가 어닝 시즌의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 후반에는 적절한 차익실현의 병행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굿모닝신한은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자라나는 만큼 급등에 따른 부담보다는 추가적인 반등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실적시즌 돌입에 따라 업종별, 종목별 차별화 양상도 전개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단기 속등한 IT주들의 경우 투자시계를 짧게 가져가고 금융위기 안정 기대감이 높아지는 반면, 업종내 외국인 시총비중이 크게 낮아진 은행주들에 대한 관심을 이어갈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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