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이야기 같은가? 그렇다면 '잡동사니 소비의 함정'에 빠진 게 아닐까 의심해봐야 한다. 잡동사니 소비란, 쓰지 않을 재화를 사서 결국 버리게 되는 것을 뜻한다.
잡동사니 보관엔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부동산비용도, 냉난방비도 더 든다. 비경제적이다. 온실가스는 더 많이 배출한다. 반환경적이다.
◇"계획소비로 삶의 질 높여"=김희주 씨(33, 가명)도 결혼 전엔 그렇게 살았다. 가난이 그의 습관을 바꿨다. 2006년 결혼한 김씨 부부의 월 소득은 80만원. 김씨의 아르바이트 수입뿐이었다. 남편 이민석 씨(33, 가명)는 애썼지만 일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해 10월, 덜컥 애가 들어섰다. 부모한테 손 벌리긴 싫었다. 김씨는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눈에 안 보이던 잡동사니 소비항목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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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규모가 큰 건 외식비였다. 부부는 밥 해먹기 귀찮다고 소소하게 사먹던 분식비, 간식비를 줄였다. 한달에 30만~40만 원이 절약됐다.
전력, 수돗물 등 금액이 적은 지출에도 신경 썼다. 전기 콘센트를 뽑았다. 사람 없는 방엔 전등을 껐다. 에어컨은 틀지 않았다. 샤워할 땐 물을 받아 몸에 끼얹었다.
부부 모두 정규직으로 취직하면서 월 소득이 300여만 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몸에 밴 습관은 바뀌지 않았다.
부부는 전세보증금 2000만원짜리 집에서 4500만원짜리 집으로 이사했다. 한달에 100만원 씩 저축한다. 식단은 친환경식품으로 바꿨다.
김씨는 "아이가 아토피에 걸려 야채, 계란, 고기는 친환경 제품으로 먹는다"며 "그래도 세 식구 한달 식비가 25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만약에 돈을 더 벌어도 이렇게 아끼면서 살 거에요. 얼마를 버느냐보다는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해요. 계획된 소비를 하는 거죠. 남한테 손 안 벌릴 정도로 돈을 모으고 나면 여윳돈은 여행 등 삶을 즐기는 데에 쓸 거에요."
선택소비란 '반드시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꼭 갖고 싶은 것에 돈을 쓰는 것'을 뜻한다. 제 대표는 "불필요한 것보다는 필요한 것을 선택하고 필요한 것들이 많을 땐 더 필요한 것을 선택하라"고 설명했다.
친환경, 공정무역 상품은 비싸서 못 쓴다? 제 대표는 "적게 사서 버리지 말고 다 쓰면 누구든 친환경소비, 착한 소비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선택소비를 하다 보면 돈 쓰는 것 외에 다른 곳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며 "인생의 중요한 가치에 시간과 노력을 쓰는 '가치소비'를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선택소비는 자연스럽게 자연을 보호하고 자원을 절약한다. 정수남 에너지관리공단 홍보실장은 "석유문명 속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제품과 서비스엔 석유, 가스 같은 자원이 소모되고 온실가스가 배출된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태양광, 풍력 같은 신에너지가 보편화되기 어려운 현 시점엔 자원을 아껴쓰는 것이 곧 친환경 소비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택소비가 곧 친환경소비, 저탄소소비라는 뜻이다.
◇잡동사니 소비에서 벗어나기 위한 3단계 행동수칙 (자료 : 에듀머니)
1단계. 불필요한 살림살이를 줄이고 잡동사니를 버린다. 공간이 넓어지고 관리비용, 각종 전기세, 난방비를 줄일 수 있다.
2단계. 구매 시점을 늦춘다. '지름신'이 내리는 순간 선택을 늦추면 불필요한 구매를 줄일 수 있다.
3단계. 그래도 절제가 안 되면 소비 자체를 하기 불편하게 만든다. 신용카드를 꺾어버리는 것이다. 예산과 재무원칙에 맞춰 소비를 통제해야 잡동사니에서 해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