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보다 '고객'을 선호하는 이유

박병천 브레인컴퍼니 대표 2009.07.1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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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천의 브랜드성공학] 한번 구매한 사람을 단골 만들려면

'소비자'보다 '고객'을 선호하는 이유


뜻이 서로 비슷해 보이는 단어 중에 '소비자'라는 단어와 '고객'이라는 단어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기업들은 2개의 단어 가운데 고객이라는 단어를 더 선호하기 시작했다.

'고객 최우선주의''고객만족경영''고객 가치창조'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고객중심경영' 등등. 기업마다 고객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문구를 커다란 액자에 넣어서 최고경영자의 방이나 회의실, 접견실처럼 중요한 공간에 걸어두고 있다.



기업의 부서 명칭에도 고객이란 단어가 자주 사용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비자 상담실'이라고 불리던 방이 '고객 상담실'로 바뀌었다. '고객 고충 처리반'도 있고, '고객지원팀'이라는 부서도 있다.

이유가 뭘까. 어느 대기업에 강의하러 갔을 때, 이와 관련해 질문을 던져봤다. "전에는 주로 소비자라고 부르던 사람들을 요즘에는 고객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뭡니까?" 그 자리에 70여 명이 있었지만 질문에 대답하는 이는 한 사람도 없었다.



소비자와 고객이라는 말은 비슷한 말처럼 보이지만, 섬세하게 비교해 보면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소비자'는 말 그대로 소비하는 사람이다. 즉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해서 사용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그러나 '고객'은 '단골'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바로 이런 '의미심장'한 의미 때문에 '고객'이라는 말이 더 중요해지지 않는가 싶다.

예전과 달리, 이 시대 기업들은 사육형 마케팅을 지향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경작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육형과 반대되는 개념은 수렵형이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짐승을 잡기 위해서 산과 벌판을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포획한 것을 다 먹고 나면 또다시 사방을 돌아다니며 수렵하는 일을 반복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 사육하는 방법을 시도하게 됐다. 포획한 짐승 중에서 비교적 길들이기 쉬운 것들을 골라 울타리에 가둬넣고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2가지 방법 중에서 사육하는 쪽이 훨씬 더 힘이 덜 들고 경제적 효과가 높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사육하려면 울타리도 만들어야 하고, 때마다 먹이를 주어야 하고, 배설물을 치워주기도 하고, 온도 맞추는 일이나 병간호까지 해야 한다. 어찌 생각하면 수렵하는 일보다 투자도 많이 되고 힘든 일처럼 생각되기도 하지만, 경제적 효용성은 한층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사육형 마케팅이란 어떤 것을 의미할까. 사육형 마케팅은 한번 인연이 된 소비자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가둬놓고 영원한 단골로 만드는 일종의 현대식 마케팅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학자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새로운 구매자를 개척하려면 단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때보다 약 6배의 비용이 더 들어간다고 한다. 그러니 기업들이 수렵형보다 사육형 마케팅을 더 선호할 수밖에.

사육하려면 기본적으로 먹이를 줘야 한다. 그 방법이 마일리지나 보너스 포인트, 쿠폰 같은 것들이다. 이런 방식으로 끊임없이 먹이를 주는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특정 항공사를 계속해서 이용해야 혜택이 늘어나고, 특정 마트를 계속 이용해야 혜택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레스토랑이나 양복 브랜드, 통신회사 할 것 없이 한 회사를 단골로 이용하는 것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누적 포인트나 보너스 혜택이 많아지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알게 모르게 기업의 사육사(마케터)에 의해 잘 길들여지고 있는 '소비자다'다. 한번 구매한 사람을 영원한 단골로 만드는 일, 이것이 오늘날 기업의 중요한 과제다. 이러한 과제 때문에 소비자라는 말보다는 '단골'의 뜻을 가진 고객이란 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단골을 만드는 일에 있어서 브랜드는 사육장의 울타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브랜드 없는 쌀이나 수박, 브랜드 없는 옷이나 신발에는 단골이 생길 수 없으니까. 무슨 항공 고객, 무슨 마트 고객, 무슨 커피전문점 고객처럼 브랜드는 단골고객을 모우고 관리하는 울타리다. (이화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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