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못내는 기업 구조조정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2009.07.1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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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인수자 부재 및 가격조정 '난항'

지난 5월 주채무계열과 채권은행간 재무구조개선약정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기업 인수·합병(M&A)이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기전망이 불확실한데다 가격을 둘러싼 이견이 큰 탓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동부메탈 인수를 위한 실사와 협상에 동부그룹과 한달 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매수 및 매도 희망가격 차이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양측의 가격차는 2000억~30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산은은 올해 안에 동부메탈 처리를 마무리짓는다는 입장이다. 동부는 산은과의 약정에서 올해까지 동부메탈을 매각해 7500억원의 유동성을 마련하기로 했다. 산은으로서는 사모투자펀드(PEF) 조성을 위한 투자자 모집까지 감안하면 일정이 촉박한 상황이다.

올해 '메가딜'로 주목을 받는 대우건설 (4,015원 ▲20 +0.50%)은 공개매각으로 방향을 잡았고, 다음달 중순께 매각공고가 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마땅한 인수자가 없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M&A업계 관계자는 "여유가 있는 기업들에게 건설사를 인수할 만한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매각 주간사인 산은의 의지가 강하고 금융당국도 적극적이어서 딜이 본격화하면 대기업이나 해외투자자들이 인수 의향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산은은 시장반응을 꾸준히 탐색하고 있다.

실사가 끝났는데도 진척이 없는 하이닉스 (152,800원 ▼10,000 -6.14%)도 대형 매물중 하나다. 몸값이 워낙 비싼데다 D램 산업에 대한 엇갈린 전망, 외국계투자자가 전략적투자자(FI)로 참여하지 못하는 점 등이 매각을 더디게 한다. 업계에선 업종의 특이성과 하이닉스 경쟁력을 인정해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밖에 선제적 구조조정 수단으로 관심을 모았던 산은 턴어라운드펀드도 고민에 빠졌다. 썬스타특수정밀이라는 중견기업에 400억원을 투자하며 '1호'를 탄생시켰지만 2, 3호로 마땅한 기업을 찾기 어려워서다.


산은 관계자는 "턴어라운드펀드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크지만 정작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곳은 거의 없다"며 "다 쓰러져가는 곳에서 지원해 달라고 하면 들어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펀드에 참여하는 해외투자자들의 높은 기대 수준도 부담이다. 이들은 평균 20~30% 내부수익률(IRR)을 요구한다. 기업구조조정이 단순히 수익을 내는 게 최우선 목표는 아니라고 보는 산은은 이 펀드평균 IRR을 15% 수준으로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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