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채권담당자는 모두 범법자?

더벨 김동희 기자 2009.07.08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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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차이니즈월]①업계 "현실과 괴리"···당국은 감시강화 예고

이 기사는 07월06일(15:1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본시장법) 시행이후 적용된 정보교류 차단장치(차이니즈월‥ChinessWall) 때문에 회사채 시장이 소란스럽다. 증권사 회사채 담당자들은 현실을 도외시한 법률제정으로 업무 종사자들이 모두 범법자로 몰릴 처지라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감독당국이 차이니즈월과 관련한 하반기 감시를 대폭 강화할 것을 예고하면서 갈등이 깊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자본시장법 도입으로 회사채시장에도 차이니즈월 시행이 의무화 됐다. 증권사가 회사채 발행과 유통 업무를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기업의 자금 조달과 관련한 정보 취득은 물론, 회사채 발행 업무는 모두 기업금융부가 전담하고 영업부서는 회사채의 유통 업무만을 맡도록 했다.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회사채는 물론 일괄신고서를 내는 은행채, 카드·캐피탈채가 모두 대상이다. 사전에 투자 수요를 조사하는 것은 물론 내부에서 사소한 정보교류도 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증권사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5월로 3개월간의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이제는 엄격하게 법규를 준수하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겉으로만 규정을 지킬 뿐 회사채 발행 실무에선 이미 편법이 만연한 게 현실이다.

대표적인 게 회사채 발행 전에 증권사들이 하는 사전 투자수요 조사 관행으로 차이니즈월 도입 이후에도 바뀐 게 없다. 투자자를 확보하지 않고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증권사가 총액인수를 해야 하는데 자본금이 부족해 사전에 투자자를 모집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국내 최대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2조원 안팎이지만 회사채는 보통 1000~2000억원 규모로 발행이 이뤄지고 있다. 채권발행에 한 번만 대표주관사로 참여해도 자기자본의 10%가량이 묶여버리는 셈이다.

증권사들은 사설 메신저를 동원하거나 휴대전화를 이용해 발행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최근 A 증권사는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채권 영업부서를 동원, 투자자를 모집했다. 정보교환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휴대전화를 동원하거나 직접 만나는 번거로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B증권사 채권영업부는 취급할 수 없는 은행채 발행물을 투자자에게 팔았다. 영업직원의 사설 메신저에는 아직도 은행채 호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해당 직원과 회사 모두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법을 지킬 경우, 실적을 제대로 쌓을 수 없어 눈감아 주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현행 차이니즈월과 관련한 규정은 현실적으로 증권사가 지키기 힘든 규정"이라며 "증권사가 자본금 규모를 키우거나 조직을 정비할 수 있을 때 까지 만이라도 유예기간을 주는 절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자본시장법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시행된 만큼 이제는 철저한 감독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증권사의 차이니즈월 운영 실태를 효율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글로벌 IB들도 회사채 발행과 유통물 매매를 같이 하는 곳을 찾아볼 수가 없다"며 "새로운 제도와 법규를 시행한 만큼, 증권사들이 하루빨리 관행을 탈피해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감독원도 감독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중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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