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다시 불붙나'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9.06.2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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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증대 차원에서 인상카드 만지작-정치.사회적 논란 불가피

5년만에 담뱃값 인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진원지는 정부다. 정부는 경제위기로 세수가 줄어든데다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지출마저 크게 늘어나 담뱃값 인상을 통해 줄어든 세수를 보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담배가 건강을 해쳐 의료비 등 사회적 비용을 늘리는 측면은 있지만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불지핀 정부=김낙회 기획재정부 조세기획관은 지난 22일 국가재정운용계획 토론회에서 "경기 상황을 봐가며 외부불경제 품목이나 에너지 다소비 품목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세율 인상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외부불경제 품목이란 사회에 불이익을 주는 품목으로 건강에 해로운 담배를 비롯해 술, 유류, 자동차 등을 뜻한다.



이와 관련, 논란이 일자 정부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방향성을 밝힌 것"이라고 한발 뒤로 물러섰지만 담뱃값 인상을 적극 검토하는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논의에 그치긴 했지만 담뱃값 인상 필요성은 수시로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전에는 국민 건강권을 앞세워 보건당국이 담뱃값 인상을 강하게 주장한 반면 이번에는 세수 증대를 위해 세정당국이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줄곧 '담뱃값 인상=흡연률 하락'이라고 주장해온 만큼 세제당국마저 나서면 담뱃값 인상 논의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여론의 추이를 봐가며 오는 9월 정기국회 이전에 담뱃값 인상을 공론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최근 청소년 건강 보호 차원에서 담배사업 규제법에 서명해 외부적 조건도 담뱃값 인상에 힘을 싣고 있다.

◇소비세+부담금 동시 인상될 듯=2500원 짜리 담배에 붙는 세금과 부담금은 모두 1550원이다. 비율로는 62%다. 지금도 담배가 아니라 돱세금을 피운다돲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중 담배소비세가 641원, 담배소비세의 50%인 지방교육세가 321원이다. 담배부담금으로 불리는 건강증진부담금이 354원, 폐기물부담금은 7원이다. 부가기치세 227원도 담뱃값에 포함돼 있다.

담배에 붙는 세금은 모두 지방세로 담뱃값을 인상하면 지방세수가 확충되는 효과가 생긴다.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인하로 지방에 배분해야 하는 교부금이 부족해진 상태에서 담뱃값을 올리면 지방재정 확충 효과도 나타난다.

정부가 내년에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를 신설하려는 것도 열악한 지방재정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세수 확보와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담뱃값을 인상한다고 하면 명분이 약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담배소비세와 더불어 담배부담금도 동시에 인상하는 안이 유력시된다. 부담금을 올리면 국민 건강 차원에서 담배값을 올린다는 명문을 살릴 수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부담금 인하 방안에서도 담배부담금은 열외가 됐다. 정부 관계자는 "담배부담금은 인하가 아니라 인상하는 방향으로 정부 대책팀에서 논의가 될 것돲"라고 말했다.

◇흡연자 반발 극복이 핵심=소주와 마찬가지로 담배도 가격 인상은 '뜨거운 감자'다. 흡연자들 반발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 서민들도 담배를 피운다는 점에서 더욱 비판을 사기가 쉽다. 여당인 한나라당도 이런 점을 들어 그간 담뱃값 인상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담뱃값 인상 문제가 종부세 인하 등 부자 감세 주장과 맞물리면 상황이 더욱 복잡해진다.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고 서민들 기호품인 담배에 붙는 세금은 올리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변수다.

국제 유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하반기에 담뱃 등에 붙는 간접세를 올리면 물가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돱외부불경제 품목의 세금을 올리면 정부가 목표로 한 2% 후반대 물가관리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돲고 말했다.

◇2004년 12월 인상이 마지막=현재처럼 담뱃값이 한갑당 2500원으로 인상된 것은 2004년 12월이었다. 정부는 2005년부터 매년 담뱃값을 500원 추가 인상하려는 시도를 해왔지만 정치권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에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에서도 복지재정 확충을 위해 담뱃값 인상을 검토했지만 정부 출범 직후 불거진 '강부자(강남 부자) 정부' 논란에 묻혀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정부 내에 늘 잠복해 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물가 안정이 필요한 52개 생활필수품을 정할 때도 향후 담뱃값 인상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담배를 생필품 품목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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