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 "정유사 넘어 글로벌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09.06.29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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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 공략 수출성과 뚜렷...2015년 10억배럴 '에너지 자주국' 견인

"국내 최대 에너지 기업이라는 생각은 버려라. 우리 목표는 글로벌 세계 최고의 에너지회사다."

↑구자영 사장 ↑구자영 사장


지난 4월28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빌딩 25층 집무실을 나선 구자영 SK에너지 (111,000원 ▼1,700 -1.51%) 사장의 얼굴엔 강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주재하는 자리였지만, 예상외의 깜짝 실적이 담긴 1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탓인지 마음만은 든든했기 때문이다.

구 사장은 직접 준비해간 자료를 바탕으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면서 과감하고 주저없이 "SK에너지는 더 이상 정유사가 아닌,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종합에너지 회사"라고 선언했다.



이어 "저탄소 녹생성장을 위한 신성장동력 확보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나갈 것"이라며 △수출기업 △자원개발기업 △녹색에너지 기업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프리젠테이션의 달인'으로 알려진 최고경영자(CEO)답게 시종일관 확신에 찬 어조로 간담회를 압도했다.

글로벌시장 공략‥수출 성과로 나타나



구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줄곧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을 강조하며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전략을 펼쳐왔다. 이 같은 구 사장의 행보는 바로 실적으로 이어졌다.

SK에너지는 1분기에 매출 8조1053억, 영업이익 6458억원, 당기순이익 2470억의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다소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전기 대비 184%나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흑자로 돌아섰다.

순익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적자가 1000억원을 넘었던 것을 고려하면 확 달라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 상황에서 나온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결과였다.


특히 전체 매출의 58%에 달하는 4조6804억원을 수출을 통해 이뤄낸 것은 국가 경제에서 SK에너지가 차지하는 위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2005년에 처음으로 수출액 100억 달러를 넘어선 SK에너지는 지난해 150억 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석유와 화학, 윤활유, 석유개발 사업 등에서 전년보다 79% 늘어난 27조83억원의 사상 최대 수출 성과를 기록, 연간 수출로 200억달러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수출전초기지로 떠오르고 있는 SK에너지 울산사업장↑수출전초기지로 떠오르고 있는 SK에너지 울산사업장
연간 수출액이 200억 달러를 돌파한 국내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단순히 수출액만 늘어난 것은 아니다. 2003년까지 30%대 후반이던 SK에너지의 전체 매출의 수출비중은 2004년 45%를 기록한 이후 2007년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2007년의 경우 전체 매출의 54.2% 정도를 수출이 차지해 내수 실적을 앞질렀다.



특히 2008년에는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9%를 넘어 명실공히 수출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내용면에서도 충실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에너지는 생산제품이 전량 해외로 수출되는 고도화설비 가동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경질유 수출을 크게 늘렸다. 지난해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3대 경질유의 내수판매량은 총 8203만 배럴로 2007년의 8012만 배럴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해외판매량은 55% 늘어난 7224만 배럴을 기록하며 9조원의 수출액을 나타냈다. 3대 경질유 제품의 수출이 전년보다 5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SK에너지는 지난해 석유사업의 수출액이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16조8972억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연간기준으로 석유제품 수출액이 내수 판매액을 앞지른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올 1분기 석유제품 수출액이 2조5988억을 기록한 것도 고무적이다. 이는 하루 6만배럴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제3 고도화 설비가 지난해 6월부터 상업생산을 가동하면서 생산 제품의 대부분을 수출한 덕분에 나온 결과이다. 고도화설비는 저부가가치의 벙커C유 등의 중질유를 휘발유와 등유, 경유 등 고부가가치의 경질유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업계에선 '지상유전'이라고 불린다.

해외자원 개발에 역량 집중

해외자원 개발도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구 사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분야다.



SK에너지의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자원개발 비중은 99년에 각각 0.6%, 4.7%를 기록했다, 지난해엔 1.17%, 16%로 크게 확대됐다. 올 1분기에도 매출의 1.86%, 영업이익의 15%가 자원개발부문의 실적이었다.

특히 자원개발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60%대로 고수익 사업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지난해엔 석유개발 사업에서 사상 처음 3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자원개발 투자도 크게 늘었다. 자원개발 투자액은 2004년 670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4500억 원으로 6배 늘었다.



SK에너지는 적극적인 자원개발을 통해 현재 5억2000만 배럴의 원유를 확보하고 있다. 또 지난해 9월 페루 56광구의 원유 생산에 이어 10월에도 베트남 15-1 광구에서 원유 증산이 개시되면서 하루 평균 4만배럴에 해당하는 원유와 가스를 생산 중이다.
↑SK에너지가 지난 2007년 7월부터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브라질 BMC-8 광구<br>
↑SK에너지가 지난 2007년 7월부터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브라질 BMC-8 광구
SK에너지는 2015년까지 원유 매장량을 10억 배럴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16년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에너지 자주화 비율 20%'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SK에너지는 이를 위해 △페루와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남미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카자흐스탄 등 카스피해 연안국 및 중동의 신규개방 지역 등을 중심으로 한 중앙아시아 지역 △북해 지역 등 핵심개발지역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또 2004년 페루 카미시아 가스전 사업 관리와 현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페루 리마에 지사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지사를 설립하는 등 석유개발사업을 위한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하기로 했다.



SK (207,000원 ▼12,000 -5.5%)에너지는 아울러 광권을 직접 취득해 유망구조 탐사사업에 참여하거나 광권을 보유한 업체로부터 일정지분을 인수하는 등 유전·가스전 확보를 위한 다양한 사업 방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앞으로도 해외자원개발의 지속적인 확대, 수출시장의 적극적인 개척, 전 세계 14개국에 뻗어 있는 지사조직을 통한 해외 네트워크 관리, 해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세계 최고의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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