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점진적·선제적 추진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9.06.2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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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경제운용 방향]7월 2분기 실적발표 이후 재점검

정부가 25일 밝힌 올해 하반기 거시 경제운용 방향은 당분간은 현재의 확장적 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졌다고 판단이 서면 '출구 전략'(Exit plan)을 실행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다만 '출구 전략'이라는 용어 대신 '거시정책 기조의 정상화'라고 점잖게 표현했다. 또 정상화 시점에 대해서도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경기회복의 가시화 정도에 맞춰서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원론적으로 대응했다.



부동산 투기 우려에 대해서도 "주택담보대출 관리를 강화하는 등 선제적 대응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모범답안만을 제시했다.

그만큼 현재 및 미래 경기진단을 매우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칫 선택과 시기가 잘못되면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질 수도 있어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유동성 확대 정책을 거둬들일 시기는 아니며 하반기 중 투기 등 과열 우려가 있다면 언제든지 과감하게 개입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연내에 유동성 회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언급한 것과는 달리 미묘한 입장 변화도 감지된다 .

정부는 또 경제위기 극복을 목적으로 한시적으로 도입한 각종 대책도 연장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일반은행에 지원한 외화유동성도 8월말 만기 이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시장의 충격을 최대한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풀었던 돈 줄을 조이려는 시도다.

정부 안팎에서는 2분기 경제성장률이 확인되는 7월 이후에나 정부의 거시정책 변화에 대한 입장표명이 보다 분명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시정책으로는 일자리와 서민생활 안정을 강조한 게 눈에 띈다. 일자리가 연간 20만개 줄어들 것이라는 당초 예상에서 10만~15만개 정도 감소할 것으로 수정한 만큼 이 수치를 맞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6월부터 진행 중인 희망근로 사업과 감원 대신 휴업과 직업훈련 등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등 일자리 관련 대책이 강화될 전망이다.

서민생활 안정 대책으로는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와 저소득층 주거불안 해소를 위한 보금자리주택 13만호 건설, 국민임대주택 임대료 차등화, 불법 사금융 피해 방지 강화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아울러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 조정주기를 단축하는 등 물가통계를 개선하고 비축제도 개선을 통해 농축수산물 수급을 안정시키는 등 물가 관리도 강화키로 했다.

기업 및 노동시장, 공공기관 구조개혁도 하반기 추진할 중점 과제로 꼽았다.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이미 정부가 밝힌대로 대기업그룹에 대한 재무구조개선약정, 개별 대기업의 신용위험 상시평가 도입, 사모펀드 형태의 기업재무안정 PEF 도입 등이 추진된다.



노동시장 개혁으로는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및 사용기간 제한 예외범위 확대, 파견 허용업종 확대,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을 중점 시책으로 내놓았다.

민영화 대상 기관을 연내 매각하는 등 공공기관 선진화와 농협의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등 농협 개혁 작업도 추진된다.

위기극복 이후의 성장잠재력 확충도 핵심 추진 과제에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R&D(연구·개발), 에너지 절약, 녹색성장 등 신성장동력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와 녹색산업에 대한 중장기 육성전략 수립 등이 제시됐다.



모태펀드와 민간이 공동출자하는 부품소재 중소 M&A(인수.합병) 펀드도 출범시킨다. 이밖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FTA 확대 체결, 교육·의료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하이브리드차 조기 개발 등도 하반기 추진 과제로 들었다.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성장흐름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내외부적인 불확실성이 상존해 정책기조 전환 시점을 분명하게 밝힐 수는 없다"면서 "경기회복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도덕적해이 등 부작용에도 적절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일관성 있게 경제운용 방향을 제시한 점에서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유동성 흐름은 과열이나 투기가 아닌 기업 투자로 흐를 수 있는 방향을 정부가 제시해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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