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한은 총재 "경기하강 거의 끝났다"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09.06.1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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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발언 및 일문일답]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국내 경기 하강은 거의 끝났다고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힘을 쏟은 결과 생산활동이 호전되고 내수 부진도 다소 완화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급속 추락처럼 더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경기는 조금씩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과 유럽 등의 경제활동이 아직 부진하고, 국제원자재가격 상승 등이 마음에 걸린다"며 "상반기 경제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과감한 정책의 결과임을 감안하면 하반기 이후 경제가 계속 호전할 것으로 자신하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물가 상승에 대해서는 "유가 상승, 집값 상승세 등으로 물가가 이전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달 동안 물가 안정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많았지만, 유가 상승 등으로 앞으로 물가 걱정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모두발언
오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정책목표로 삼는 기준금리를 현재 2%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경제상황을 보면 경기쪽에서는 그 동안의 재정통화정책이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힘을 쏟은 결과 생산활동이 호전되고 내수 부진도 다소 완화되면서, 경기 하강은 거의 끝났다고 해석된다.

설비투자가 계속 좋지 않지만 건설활동이 정부정책에 힘입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소비지표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출도 작년 말, 금년 초까지 대폭 감소했지만 지난 2월부터는 조금씩 늘어났고, 4~6월에는 거의 비슷한 수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물가 쪽을 보면 소비자 물가 지수가 지난 5월에 1년 전보다 2.7% 상승한 것으로 통계가 나왔다. 특히 작년에 원유 가격과 환율이 높아 물가 상승률이 높았는데, 오랜만에 3% 아래 수치가 나왔다. 경기가 좋지 않아 수요 쪽에서 오는 물가 압력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되고, 국제유가는 작년에 비해서는 많이 떨어졌다. 환율도 최근 상당히 내려오면서 안정세 보이고 있다. 이런 것들이 물가 상승률을 3% 밑으로 내린 배경이라고 본다.


소비지표에서는 가격지표들이 좋은 모습 보이고 있다. 주가가 1400근처에서 움직이고 있고, 환율도 1250원선에서 안정되는 모습이다. 시장 금리도 단기금리는 계속 안정되고 있고, 국고채금리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크게 봐서는 안정적인 움직임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 통해서 기업이나 가계가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원만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보면 된다.

단지 비우량 기업에 대한 신용우려는 아직 남아있는 것 같고, 자금 가운데 단기성자금 증가율 높은 걸로 봐서 기업이나 가계의 경제 상황에 대한 경계심이 상당히 남아있는 탓이라고 보면 된다.



최근 3~4개월 동안은 더 나빠지지는 않고 좀 나아지는 움직임 있어서 앞으로도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보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큰 나라들, 미국, 유럽, 일본 등의 경제활동이 아직 부진하다. 앞으로도 단기간 내에 크게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다 최근 원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가격이 상당히 상승하고 있어서 이런 것들이 세계경제에 안 좋은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것이 마음에 걸린다.

거기다 금년 상반기 중 우리나라 경제가 이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과감한 정책 결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이후 경제활동이 계속 호전될 것이라고 자신하기는 아직은 이른 감이 있다. 이것이 현재와 가까운 장래에 대한 판단이다.

한편으로 물가를 보면, 사실 지난 몇 달 동안에는 물가 안정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많았다. 환율이 떨어지고 수요압력은 약하고 유가도 떨어졌다. 그런데 최근 한두달 사이에 국제 원자재가격이 올라가고 환율은 1250원선에서 안정되고 있다. 일부 공공요금 인상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 물가 쪽은 전에 비해 상황이 조금 안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지표로 나오는 물가상승률은 높아지지 않겠지만, 앞으로 6개월~1년 뒤에 물가에 영향 미치는 주요한 요소들을 봐서는 앞으로 물가 걱정이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도 있다. 단지 물가가 단기간에 크게 상승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는 경상수지와 국제수지도 중요한데, 앞으로 봐서는 그 동안 환율 효과도 줄어들고, 경상수지가 지난 몇 달 같은 큰 규모 흑자, 30억 달러에서 60억 달러 가까운 큰 흑자를 계속 내기는 어렵겠지만, 다시 말해 흑자 규모는 줄겠지만 당분간 흑자 기조는 이어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그것이 앞으로 우리나라의 외화수요 사정이라거나 환율 등에도 좋게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2~3개월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움직이는 현상 나타난다. 그 뒤 움직임을 봐서는 아직 크게 염려스러운 방향으로 확산된 거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움직임이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아파트 부동산 움직임에 대해서는 당분간 계속해서 관심 가지고 볼 필요는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앞서 유동성이 단기 쪽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과도 연결된다.

통화정책이라는 것이 어느 특정 분야만 보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경기, 물가 자산가격 등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서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통위는 이번 통화정책을 당분간 완화기조 이어가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경기나 금융시장 등이 앞으로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운용하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의 한은 판단이다.



이성태 총재 일문일답
─시장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비를 하는 움직임이 많다.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대비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나. 또 연초 GDP 전망치를 예상할 때의 유가가 하반기 더 상승할 가능성도 보이는데, 큰 폭으로 상승한다면 GDP 전망치를 수정할 것인지.

▶통화정책은 경기와 물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균형잡힌 결정을 내려야 한다. 원자재 가격 문제가 물가를 올리는 요소지만, 원자재가격이 앞으로 계속 올라갈 것인지 현재 수준에서 머물지에 대한 전망에 따라서도 물가에 대한 전망이 바뀐다. 원유가격은 아직 세계적으로 수요가 강하지 않기 때문에 지난해와 같이 큰 폭으로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또 원자재가격이 통화정책 결정 요인이 맞지만 다른 쪽도 고려해서 대처해야 한다. 당시 경제 상황에 대해 어느 쪽에 중점을 두고 어느 쪽 위험이 더 크다고 보느냐에 따라 통화정책 방향이 결정된다. 현재 물가 쪽 위험도 약간 높아졌지만, 전체적으로 봐서 통화정책 방향은 당분간 완화기조가 맞다고 생각한다.

원유가격이 상승하고 있어서 더 상승한다면 이를 GDP 전망에 반영해야 한다. 지금 한은이 보기에 그 차이는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7월 한은 경제전망을 공표하도록 돼있는데 그 때 유가수준을 반영한 전망을 발표할 것이다. 지금 움직임을 봐서는 원유가 당초 전제했던 수준보다는 소폭 올라갈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지금 경기를 바닥으로 파악할 수 있나.

▶경기가 바닥에 대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는 급속 추락을 경험했다. 2월부터 5월까지를 볼 때 더 내려갈 것 같지는 않다. 바닥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바닥을 해석하는 기준이 사람마다 달라서 지금 말하기 어렵다. 바닥 여부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도 감안해서 말해야 한다. 지금으로는 급속한 하락세는 끝난 것 같은데 앞으로 이것이 치고 올라갈지 아닐지에 대해서는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점이 많다고 답변 하겠다.

─주요 선진국 경제전망 불투명하다했는데, 선진국 회복 기조는 생각보다 강한 것 같다는 전망 나온다. 실제 미국에서는 연준이 올해 중에 금리를 올린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예상보다 빨리 올리면 한은 정책 결정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작년 11월쯤에는 1930년대 대공항 이후 가장 큰 충격이라는 설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당시 분위기는 '앞날을 잘 모르겠다'였는데, 지금은 '뭔가 조금 보인다'는 분위기다. 예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 보다는 괜찮다는 전망이다. 그래서 주요국 중앙은행 금리 인상 시기도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전세계 경제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면, 국내 수출과 소비심리 등에도 영향을 줄 것이고 수요나 생산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은 통화정책 결정도 당연히 영향을 받는다. 지금 시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작년 연말 전망처럼 최악은 아니라는 분위기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과잉유동성을 기정사실화했는데, 여기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금융완화정책은 유동성을 많이 공급하는 정책이다. 그 정책을 통해서 경기 부양을 끌어가자는 정책이기 때문에 매우 공격적인 금융완화정책 썼다는 것은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쪽으로 정책을 쓰자는 것이다. 지난해 말처럼 금융권이 완전히 얼어붙었다면 금융완화정책을 써도 전체 유동성은 줄어든다. 그런데 올해 들어와서 조금씩 유동성이 돌기 시작했다. 이 상태에서 실물경제는 완전히 살아나지 않았다. 유동성을 실물과 비교하면 당연히 조금 많다고 판단할 수 있다.

금융완화정책이 유동성 공급 정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책이 실물경제에 얼마나 자극을 주고 얼마나 물가를 올리고, 순효과와 역효과가 어떤지는 상대적 평가에 달렸다. 정책에 순효과만 100% 있을 수는 없다. 한은이 생각하는 유동성 문제는 단기쪽에 자금이 몰려가는 현상이다. 그것도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

단지 이런 금융정책이 실물과 물가, 자산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줘야 하는 지 봐야 한다. 통화정책은 기준금리 결정 하나 밖에 없다. 통화정책이 여러 가지라면 각각 결정을 달리할 수 있지만, 기준금리 하나를 가지고 균형 잡힌 결정을 해야 한다. 유동성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득실을 면밀하게 보고 있다. 단지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릴 때는 항상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서 균형 잡힌 결론을 내야 한다. 이 관점에서 지난달과 이번달 한은의 관점은 이렇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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