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후순위채 청약 '이상과열'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9.06.10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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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말 결산을 앞둔 저축은행들의 후순위채 발행 열기가 뜨겁다. 그러나 대다수 저축은행에서 청약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편법적인 수단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후순위채 발행 과열 양상= 9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저축은행들이 후순위채를 발행하면서 계열 저축은행을 통한 청약을 금지한 금융당국의 규정을 어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A저축은행과 B저축은행이 계열사 관계일 경우 A저축은행에서 발행하는 후순위채 공모 청약을 B저축은행에서도 받는 것이다.

금융당국에선 이 같은 계열사를 통한 후순위채 공모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후순위채 발행이 기본적으로 증권업에 속하는 업무영역인 만큼 발행사가 아닌 계열저축은행까지 증권업무를 취급하도록 허용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계열사에서 후순위채 청약을 받을 경우 자본시장법상 규정에 저촉된다"며 "적발될 경우 고의성 등을 따져 법리 검토를 거친 뒤 제재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이 이처럼 무리하게 청약 유치에 나서는 것은 6월말 결산이 코앞에 다가와 자본확충에 비상이 걸린 탓이다. 후순위채는 보완자본으로 분류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상승하기 때문에 저축은행이 자본확충 수단으로 즐겨 사용한다.

결산 시점이 다가오면서 여러 저축은행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후순위채를 발행한 것도 청약과열을 빚는 요인 중 하나다. 이달 중 후순위채를 발행했거나 발행을 계획 중인 저축은행은 토마토·제일Ⅱ·삼화·부산·부산Ⅱ 등이다. 현대스위스·부산·부산Ⅱ·HK·한국·경기저축은행도 얼마 전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청약 미달사태 빚어질까 우려= 지난 2~3월 선제적으로 후순위채를 발행한 저축은행들에서 대규모 청약 미달사태가 빚어진 것도 이달 중 후순위채 발행을 준비 중인 저축은행들엔 부담이다. 지난 3월 후순위채를 발행한 C저축은행의 청약률은 45.2%, D저축은행은 51.6%에 그쳤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단일 저축은행에서만 청약을 받으면 지역적인 제약으로 청약률을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다"며 "계열사를 활용하면 전국에서 청약을 받을 수 있어 미달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후순위채 공모에서 170%의 높은 청약률을 기록한 서울 소재 E저축은행의 경우 경기도 소재 계열저축은행을 통해서 청약 공모를 받은 게 주효했다는 전언이다.

따라서 업계는 후순위채 발행과 관련한 당국의 규제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특성상 계열사 간 구분이 큰 의미가 없다"면서 "규제완화를 통해 저축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자본확충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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