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자리에 적합한 사람인가

황인선 KT&G 북서울본부 영업부장 2009.06.0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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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톡톡] 하늘에서 본 지구의 메시지

내가 이 자리에 적합한 사람인가


며칠 전 ‘하늘에서 본 지구 조직위원회’ 한국 총감독을 만났습니다. 프랑스 항공사진 작가인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Yann Arthus Bertrand. 1946)의 사진집 '하늘에서 본 지구'는 유네스코 지원 프로젝트로 전 세계에서 350만부이상 팔린 베스트셀러고 동영상으로 찍은 다큐영화가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전 세계에 상영되었습니다.

베르트랑은 특히 분단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가져 DMZ에서 마라도까지 2만장이상의 사진을 찍었고 2년 전에 KBS는 그의 촬영장면을 특집으로 방송하기도 했습니다. 총감독 그녀와 베르트랑 이야기를 하다가 두 가지 아젠다가 떠올랐습니다.



하나는 그 다큐영화 제목이 'Home'이라는 겁니다. "홈! 약한데요"했더니 처음에는 부메랑이었는데 '레옹', '제 5원소'의 영화감독 뤽 베송 때문에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부메랑이라면 생태파괴가 어떻게 부메랑으로 우리에게 올 것인가에 대한 내용으로 이는 작년에 상영된 환경 다큐인 '지구'보다 소구력이 클 텐데 왜 뤽 베송은 '홈'이라는 얌전한 제목을 추천했을까?

베르트랑의 사진을 보면 바로 답이 나옵니다. 그의 사진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베르트랑은 "지구만한 예술은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지요. 뤽베송은 그래서 제목을 바꾸자고 한 것 같습니다.



홈은 우리 삶의 기본단위이면서 따뜻함과 사랑이 만들어지고 다음 세대가 만들어지는 아름다운 공간. 그러니 지금의 지구가 비록 망가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홈으로 다시 우리가 소중히 가꾸어야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린 미쳤어. 부메랑에 죽어'보다는 '소중한 홈을 다시 만들어요'라고 얘기하는 거. 그런데 한국은 지금 오체복지의 감동이 식기도 전에 파국으로 치달을 것만 같은 험악한 언어들로 서로에게 부메랑만 던지려고 합니다. 한국은 너에게도 나에게도 모두의 홈인데.

또 하나는 존재를 인식하는 거리의 문제입니다. 베르트랑이 잡아 낸 우리의 산소는 익살스럽고 완도의 다시마 말리는 폐그물 장면은 한 폭의 추상화고 순천 황금빛 갯벌 사진은 S라인 자연미학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우리도 그들을 보았지만 그렇게 아름다운 건지는 몰랐습니다. 땅에서 보는 우리와 헬기를 타고 보는 베르트랑과는 인식의 거리가 달랐으니까요.


우리도 때로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지만 고공이라 형체가 불분명했고 때로 63시티나 남산 타워에서 망원경으로 보지만 초점을 맞추기 어려웠는데... 지금 우리가 시대를 바라보는 눈도 이와 같은 건가요? 망원경과 현미경의 시각이 어지러이 교차하지만 초점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존재를 향한 인식의 거리는 경영에서도 중요하죠. '최근 10년을 절벽을 오르는 등반가 심정으로 살았다. 내려다보면 까마득하고 올려다보면 구름에 가려 정상이 어디인지를 가늠하기 힘들다. 항상 물었다. 내가 이 자리에 적합한 사람인가?'라고 CEO 안철수는 두려워했고 이건희 전 회장도 '10년 후를 생각하면 두려움에 잠을 이룰 수 없다'라고 했지요.

이들은 시대를 앞서 읽었다는 분들인데 그들도 절벽의 중간에서, 10년 후의 10년 전에서 존재에 대한 거리를 몰라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베르트랑이 추상화처럼 잡아낸 그 완도의 폐그물을 바로 1미터 땅의 현장에서 잡으면 어민의 한숨도 들렸을 거고 갈라진 손마디도 보았을 거고 2000미터 상공에서 봤으면 그 존재조차 희미할 것입니다.

그러나 DMZ도 보고 서울도 보고 광양만도 보고 땅에서도 보고 100미터 상공에서도 본 베르트랑은 "한국의 하늘을 비행하면서 어떤 때는 안타까움이 다른 때는 경이로움이 카메라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왔습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열정적인 사람들...고난 속에서 영광을 일구어 온 한국인들에게 이 '한국의 초상'이 희망의 메시지가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습니다.

소용돌이 시국에서 인식의 거리도, 초점도 잘 안 잡히지만 한국 IT 대부의 ‘내가 이 자리에 적합한 사람인가?’라는 두려움어린 성찰이 안타까움과 경이로움이 공존하는 우리의 홈 한국을 만들었다고 믿고 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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