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펀드, 갈길 먼 비씨카드 인수

더벨 김민열 기자 2009.06.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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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잔여 지분인수·인수후 이탈방어 등 과제...1일부터 실사

이 기사는 06월01일(11:3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보고펀드가 3년여만에 비씨카드 재인수에 나섰다.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이 보유한 지분 31% 인수를 첫 단계로 11개 은행이 분산 소유하고 있는 비씨카드 인수전에 돌입한 것. 하지만 경영권 인수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신용카드 프로세스를 대행하는 비씨카드의 독특한 주주구성으로 인해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잔여지분을 동시에 매입해야 하는데다 지분 매각을 단행한 이전 주주들의 이탈도 방어해야 한다. 특히 기존 주주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수익구성 등으로 인수 이후 풀어야 될 과제도 적지 않아 보인다. 1일부터 정밀실사에 돌입한 보고펀드의 비씨카드 인수전략을 점검해본다.




비씨카드 대주주들이 보유한 전체 지분은74.18%. 보고펀드는 이 가운데 하나은행(16.83%)과 SC제일은행(14.85%)이 보유한 지분을 우선적으로 인수하기 위해 지난 22일 이들과 지분매매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해당 지분 인수를 위해 1일부터 정밀실사에 착수한 보고펀드는 3주동안 진행될 실사과정을 거쳐 가격 및 조건 협상을 매듭짓게 된다. 양측과 MOU를 비교적 충실하게 만들어 놓은 것으로 알려져 두 은행과의 지분매매는 순탄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확보 지분은 31.68%로 최대 주주 지위에 오른다. 이후 금융감독원 승인도 큰 변수는 없어 보인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인수합병(M&A)과 비슷한 경로를 밟게 된다.

문제는 비씨카드의 독특한 주주구성으로 인해 최대주주 지위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다른 은행들이 보유한 지분을 추가 매입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작업에 나서야 된다.

보고펀드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종전 최대 주주인 우리은행 지분(27.65%)을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하거나, 신한카드(14.85%) 지분에다 다른 은행이 보유한 지분을 추가적으로 거둬 들이면 된다.


우리은행의 경우 사실상 정부가 주주로 있는 곳이어서 경영권을 수반하지 않는 27%지분을 들고 있을 명분이 없어 부분 매각의 필요성이 높아 보인다. 반면 신한카드의 경우 매각 동기 요인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신한카드는 그동안 독자적인 영업을 해오면서 비씨카드의 주주라는 지위를 이용해 경쟁자인 11개 회사들의 움직임을 한눈에 간파해왔다.

이 때문에 보고펀드가 우리은행과 신한카드의 지분 매입에 힘을 빼기 보다는 소수 지분을 보유한 곳을 먼저 공략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1.98%의 지분을 각각 보유한 대구, 경남, 씨티은행이 이에 해당된다. 독자채널이 있는 국민은행(4.95%)이나 부산은행(4.03%)도 사정은 비슷한다.



반면 독자채널 구축예정인 농협이나 기업은행의 경우 비씨카드와 전략적으로 아주 중요한 관계에 있는데다 보유지분 역시 제한적이어서 매각보다는 보유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

보고펀드가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에 남는 지분은 가치가 떨어지는 지분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벌써부터 소수 지분을 보유한 곳의 러브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연유에서다. 비씨카드 소수지분을 보유한 은행 입장에서는 먼저 매각하는 것이 매각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되기 때문이다.





보고펀드가 무사히 비씨카드의 경영권을 확보하더라도 해결해야 될 과제는 여전하다. 지분을 팔아 넘긴 이전 주주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의 과제가 남아있다.

공동 주주 성격인 비씨카드에 일감을 몰아주던 은행들이 멤버에서 이탈한 뒤 삼성카드나 롯데카드 처럼 독자전선을 구축할 경우 비씨카드 매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당장 거래 회원수가 가장 많은 우리은행과 농협이 비씨카드를 떠날 경우 전체 거래액에 따른 수입수수료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실사과정 이후 결정될 최종 매입가격이 향후 협업관계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 지분매입을 계기로 3년여만에 인수를 위한 새로운 불씨를 피웠지만 실사과정은 물론 인수후 통합과정에서 더 큰 과제들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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