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은행 경영진에 '칼바람' 시작됐다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2009.05.3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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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 2인자 슬로언 사임…은행 경영진 '물갈이' 서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서 케네스 루이스 전 CEO의 오른팔이었던 템플 슬로언(70) 이사가 압력에 밀려 사임하면서, 미국 대형 은행 경영진들에 대한 '물갈이'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쉴라 베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은 이달 중순 수개월내에 대형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평가가 진행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상당수는 교체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29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2인자이자 이사회 리더였던 슬로언 이사가 경영책임으로 숙청이나 다름없는 사임을 발표하면서, 금융위기 주범인 대형 은행 경영진들에 대한 '칼바람'이 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슬로언 이사는 루이스 전 CEO의 강력한 지지자로서 13년간 BOA의 이사회를 이끌어왔으나, 지난 4월 주주총회에서 월터 메시가 새 CEO로 선출된 이후 표적이 돼왔다.



지난 주총에서 BOA의 주주들은 메릴린치 인수와 거액 보너스, 경영악화 등으로 신임을 잃은 루이스 전 CEO를 몰아냈다.

당시 슬로언은 최소 득표로 가까스로 이사진에 남게 됐지만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결국 이날 사임했다. BOA의 대변인은 "슬로언을 잃게 돼서 매우 유감이다"라며 "그가 스스로 사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BOA는 미 금융당국이 19개 대형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산건전성 심사인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가장 많은 339억달러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루이스 전 CEO가 주도했던 메릴린치 인수 과정에서 근거가 불분명한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하고 자산 가치를 과대평가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 때문에 슬로언의 사임은 비록 스스로 물러나는 형태였지만, 위기를 초래한 과거 경영진에 대한 숙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주들뿐만 아니라 정부의 압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BOA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통화가독청(OCC) 등 금융당국으로부터 사외이사 주도로 이사회를 개편하고 금융 분야 경험이 많은 이사들을 확충하라는 압력을 받아왔다.

CtW인베스트먼트그룹의 빌 페터슨 CEO는 "과거 핵심 경영진을 몰아낸 BOA 이사회가 당면한 과제는 루이스를 대신할 새 CEO를 선출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7개 노조 연금펀드가 구성한 투자그룹 CtW는 BOA 주총에서 '반 루이스' 진영을 주도했다.

한편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금융당국으로부터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받은 10개 대형 금융기관들은 경영진에 대한 '물갈이'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미 정부의 구제자금을 받은 기업들 중에서 AIG, 패니메, 프레디맥, 제너럴모터스(GM)의 CEO가 물갈이 됐지만 여전히 다수의 경영진들이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상태다.

미 재무부 관계자는 GM의 파산 보호 과정에서 300억달러 이상의 신규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면서, 이후 다수의 경영진을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쉴라 베어 의장은 "은행의 경영진과 이사진은 그동안 경영을 잘해왔는지 누가 이들보다 더 잘할 것인지 평가를 받아야한다"며 "정부의 자금지원 계획의 조건으로 경영진 교체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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