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우리는 믿어요(we believe)

머니투데이 이기형 바이오헬스부장 겸 증권부장 대우 2009.05.2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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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리고 눈물이 나려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추모하는 '우리는 믿어요(we believe)'라는 동영상을 보면서 그랬다. 이 동영상에는 한 인디밴드 멤버가 작사·작곡한 4분13초 분량의 곡이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과 함께 실렸다.

이 동영상이 감동적인 것은 그안에 희망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우리 지도자에 대한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독재, 부패 등의 단어와 연결돼있다. 역사상의 인물에 대한 평가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혹자는 우리나라엔 영웅이 만들어질 수 없는 풍토라고도 자책한다. 신이 아닌 사람이니 허물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나쁜 면보다는 좋은 면을 좀 더 기억하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영상을 만든 그 멤버는 그가 좋아했던 사람을, 그가 좋아하는 방법으로 추모하고 있다. 그 속에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편을 가르지도 않았고, 강요하지도 않았다. 그는 이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던 사람들까지도 노 전 대통령을 다시 한 번 추모하게 만들었다.

노 전 대통령을 좋아했던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마찬가지로 이 동영상에 대해선 별 논란이 없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이 왜 누군가의 동의를 필요로 하고, 왜 남에게 강요해야 하는 것인가. 또 좋아한다는 데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가.



가사는 "5월 어느 토요일 잠결의 뉴스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아름다운 그 사람 볼 수 없다는"으로 시작, "우린 당신을 믿어요. 정말 고마웠어요"로 끝난다. 그는 아름다움, 고마움, 믿음 등의 단어만으로 우리를 그 안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봉하마을, 덕수궁 대한문 앞 '거리 분향소', 그리고 인터넷 공간에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서로 인정하지 않고, 인정하고 싶지도 않은 싸움이다. 측근들이 말하는 '봉하마을은 우리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도대체 어떤 상황인가. 일부 조문객에 대한 행패를 (내심 속시원해하면서) 그냥 두고 보겠다는 것인가.

다른 한쪽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가져올 후폭풍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자칫 혼란으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배어난다. 이 두려움은 가깝고 추모의 마음이 멀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노 전 대통령의 유서내용 중 유독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라는 글귀에 호소하고 있다. 상대방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러니 귓전에 다가가지 못한다.


우선 스스로 자신이 미안해야 한다. 누구에게 미안함을 요구하기에 앞서 스스로 마땅히 미안해야 한다. 잘잘못을 떠나 존귀한 한 생명을 이렇게 떠나보내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마땅하다.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라는 노 전 대통령의 유서 글귀를 자신에게 대입하지 않고 상대방에게만 요구하면 사단이 나게 돼 있다. 아무리 애써봐도 자기 마음속에서 용납이 안된다면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노 전 대통령을 그가 남긴 뜻에 따라 보내드리는 길이다. 인터넷 공간에 가서 자기와 다른 의견을 쓴 작자의 댓글을 호쾌하게 단죄하는 것이 아니고, 명령을 받은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전경을 궁지로 몰 일도 아니다.

추모곡 'we believe' 노래 중간에 나오는 노 전 대통령의 육성. '우리 아이들이/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하나의 증거를/ 꼭 남기고 싶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우리 아이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나라다. 조문물결 만큼이나 많은 증거들이 이 땅에 새겨지길 바라며 노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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