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박풍'…꼬이는 한나라당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9.05.0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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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박풍'…꼬이는 한나라당


한나라당이 '박풍(朴風)'에 휘청거리고 있다. 4·29 재보선 참패 수습책으로 당 화합 차원에서 나온 '친박(친 박근혜) 끌어안기' 방안을 박근혜 전 대표가 단칼에 거부했기 때문이다. '김무성 원내대표론'은 무산됐고 여권 내 계파 갈등은 걷잡을 수 없게 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 중인 박 전 대표는 7일 당 주류인 친이(친 이명박)계가 친박 좌장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당이 잘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지 당헌·당규를 어겨가면서 원내대표를 추대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동행한 측근 이정현 의원은 전했다.



박 전 대표가 밝힌 표면적인 이유는 원내대표를 자유투표로 선출하도록 돼 있는 당헌·당규를 무시하고 특정인을 추대하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 의원도 "안상수·정의화·황우여 의원이 경선 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김 의원을 합의 추대하겠다는 것은 세 분을 주저앉히겠다는 것이고 이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양 계파간 여전히 풀리지 않은 불신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에 진정성과 신뢰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자리 나누기를 해 봐야 화합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얘기다.

박 전 대표는 지난 5일 출국 전 인천공항에서 배웅 나온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지난 1월 이 대통령과 비밀 회동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것에 대해 "이 대통령을 만났지만 선거나 법안 얘기는 하지도 않았는데 잘못된 얘기가 나와 이해하기 힘들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박 전 대표와 청와대의 거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친박계에선 이와 관련, 청와대에서 언론 플레이를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친박 끌어안기를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기 위해서가 아니겠냐"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무성 원내대표론'이 이뤄져봐야 생색내기에 그치거나 책임 나누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게 친박계의 판단이다.

친박계 허태열 최고위원도 전날 한 라디오방송에서 "친이 친박이 용광로에서 화학적 결합이 필요하다면 자리를 줘서 되는 게 아니라 신뢰를 만들 수 있는 문화, 권위를 배분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먼저 정리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의 반대에 청와대와 당 지도부, 친이계는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난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희태 대표도 "6일 청와대 회동 직후 시간상 박 전 대표와 통화가 어려워 간접적으로 전하도록 했는데 골치 아프게 됐다"고 말했다.

친이계에선 "박 전 대표가 끝내 결별의 마음을 굳힌 것 아니냐", "그래도 계속 러브콜을 보내야 하지 않겠냐"는 등 다양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도 박 전 대표 없이 치르게 되는 상황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 쇄신에 부쩍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소장파 남경필 의원은 "이번 사태의 원인은 청와대의 정치력 부족과 박 전 대표의 책임감 결여가 합쳐져서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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