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이재오론…복귀 당겨지나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9.04.3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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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가 흔들리면 새 李를 해넣어야 한다."

재보선 참패 이후 여권 일부에서 들리는 얘기다. 측근인 정종복 후보의 경주 재보선 패배로 타격을 입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을 대신할 구심점이 절실하다는 것.

스스로 '고백'한 대로 "모래알 같은" 친이(친 이명박)에 비하면 친박(친 박근혜) 진영은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있다. 이번 재보선에서 친박 성향의 정수성 후보가 친이계 정종복 후보를 10%포인트 가까운 표 차로 누르고 당선되면서 박 전 대표의 위상은 한층 더 굳건해졌다. 친박 진영에선 "박근혜면 된다"는 인식이 더 세졌다.



친이계로선 달갑지 않다. 지금은 다수지만 언제 뒤바뀔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다. 오는 10월 재보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줄을 바꿔타는' 사람들이 속출할 수도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친박 돌풍이 몰아친 뒤에도 '주이야박'(낮에는 친이 밤에는 친박), '월박'(친박으로 전향), '복박'(친이로 넘어왔다 다시 친박으로 전향) 등의 말이 유행했다.



이번 재보선에서 당 지도부는 있는 힘, 없는 힘을 다 쥐어짜내고도 '싹쓸이패'를 당했다. 박 전 대표는 선거 개입은커녕 손가락 하나 까닥 않고도 위세를 떨쳤다. '주이야박' 이상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고개 드는 이재오론…복귀 당겨지나


그래서 나오는 게 이재오론이다. 위기관리에서 이재오 전 최고위원만한 사람이 없다는 판단이다. 친이계 쪽에선 강한 카리스마로 재보선 이후 국면을 수습할 사람이 필요하다.

이 전 최고위원의 조기 복귀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자칫 예기치 않게 친박 측과 때 이른 전투를 벌이게 할 수도 있다. 재보선 이튿날인 30일 최고위원회 등에서 당초 예상과는 달리 당내 계파간 책임론이 불거지지 않는 상황도 이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책임론을 꺼내기 시작하면 공천 비판부터 박 전 대표의 선거 무개입 논란 등 서로 '피 흘리는' 싸움을 피할 수 없다. 상호 비방이 뜨거워지면 조기 전당대회 소집 요구 등 자중지란으로 흐르게 된다.

정작 이 전 최고위원은 선을 긋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 당분간은 정치를 멀리 하고 집필활동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달 28일 10개월간의 '미국 귀양살이'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전 최고위원은 재보선 결과에 대해서도 "당 지도부가 최선을 다한 것으로 안다"며 두둔하고 나섰다. 당내 분란을 우려한 발언으로 읽힌다.

친이·친박의 아슬아슬한 동거 속에 이 전 최고위원이 언제 복귀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오는 5월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선출을 두고 양 계파는 '자기 사람 앉히기'에 들어갔다.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갈등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는 생각보다 앞당겨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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